성탄절 '억제력' 메시지 쏟아낸 北…당대회서 군축협상 요구하나

연합뉴스 2025-12-25 16:00:02

김정은 핵잠 건조 지도·국방성 담화·지대공미사일 발사 동시다발 공개

핵잠 '2격능력' 바탕으로 불가역적 대미 억제력 강조…"핵보유국간 견제" 언급도

김정은, 딸 주애와 8천700t급 핵잠 건조 지도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내년 노동당 대회를 앞둔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비롯해 동시다발적 군사 행보를 공개하며 '불가역적' 억제력 구축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은 성탄절인 25일 관영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시찰, 신형 지대공 미사일 시험발사, 미국 핵잠수함 부산 입항에 반발하는 국방성 대변인 담화 등 보도를 쏟아냈다.

내년 초 노동당 9차 대회가 다가오면서 북한이 구상하는 대미·대남전략 방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북한은 지방발전 등 대내 행보에 집중해 왔다. 김 위원장은 이달 들어 별다른 대외 메시지 없이 각지에서 지방공업공장 준공식을 여는 데 분주했다.

그러다 이날 대미·대남 메시지 성격이 있는 여러 건의 무력시위 또는 위협성 보도를 한꺼번에 내놓은 것이다.

이날 북한 메시지의 골자는 한미가 무력화할 수 없는 핵 억제력을 '불가역적'으로 확보할 것이며 "영구적인 평화환경과 절대적 안전을 보장"(김정은 위원장)하기 위해 앞으로도 이런 노선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에서 자신들의 '핵방패'는 "국위이고 국체이며 공화국의 절대적 안전담보"라며 이를 "우리 국가의 안전환경 보장에 필요한 만큼 확대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였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이 핵추진 잠수함을 전력화하면 적의 공격에 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하는 이른바 '2차 타격'(second strike·2격) 능력을 갖게 된다.

미국이 북한에 핵 공격을 가한다고 해도 핵추진 잠수함은 수중에서 은밀하게 살아남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핵 보복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대북 억제 역량은 크게 약화하게 된다.

김정은, 딸 주애와 8천700t급 핵잠 건조 지도

김 위원장이 핵추진 잠수함을 두고 "우리가 도달한 전쟁억제 능력에 대하여 우리 자신과 지어(심지어) 적들까지도 더욱 확신하게 만드는 사변적인 중대 변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존성'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라며 "한미의 정밀타격 무기로 함부로 칠 수 없는 나름대로의 보복 능력을 확보했으며 한미도 심리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이날 공개한) 8천700t급 전략핵잠수함(SSBN)은 미 본토 앞바다까지 은밀히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미국에 대해 더는 비핵화는 없을 것이며, 이제는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으로 대우하라는 압박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또, 외부 안보환경의 변화를 핵잠 건조를 정당화하는 구실로서 삼았다.

김 위원장이 이날 처음으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직접 비난하고 나선 대목이나, 국방성 대변인이 담화에서 미국 핵잠 '그린빌함'의 부산 입항을 두고 "미국의 대결적 본심이 다시금 확인"됐다고 주장한 것이 그에 해당한다.

북한이 자신들은 이미 안전보장 수단을 확보한 핵국가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현 조건에서 내년 당대회 등을 통해 한미에 전향적인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김정은, 8천700t급 핵잠 건조 지도

다만 북한은 미국과의 사이에 사실상 '힘의 균형'이 이뤄졌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으로서의 협상 용의를 밝힐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달라진 전략적 지위를 인정하고 안정적 공존을 위해 대화에 나오라는 메시지를 본격적으로 던질 수도 있는 것이다.

국방성 대변인이 이날 "핵보유국들 사이의 호상(상호) 견제 교리에 따라" 대미 대응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동등한 핵보유국 관계로 대우하라는 요구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홍민 연구위원은 이날 북한이 비교적 절제된 대미 표현을 사용했다며 김 위원장이 언급한 '대적견제원칙' 등의 용어는 기존 '대적투쟁원칙'에서 순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은 끝났음을 재차 선언했다"면서도 "대신 미국 본토를 겨냥한 수중 타격 능력을 지렛대 삼아 '핵 군축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주목된다"고 말했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