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만장일치로 법안 통과…"식민지배 따른 비극에 법적 책임" 요구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알제리 의회가 24일(현지시간) 과거 프랑스의 알제리 식민 지배를 범죄로 규정하고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해당 법률은 프랑스에 대해 "과거 알제리 식민 지배와 그로 인한 비극에 법적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핵실험,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살해, 신체적·정신적 고문과 제도적 자원 약탈 등을 '프랑스의 식민 지배 범죄'로 열거했다.
또 "프랑스 식민지배로 야기된 물질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완전하고 정당한 배상은 알제리 국가와 국민의 박탈할 수 없는 권리"라고 규정했다.
브라힘 부갈리 알제리 의회 의장은 법안 표결에 앞서 국영 APS통신에 "알제리의 국가적 기억은 지울 수도, 타협할 수도 없는 것임을 대내·대외적으로 분명히 밝히는 것"이라고 법률의 의미를 설명했다.
법안이 통과되자 알제리 국기를 상징하는 색의 스카프를 두른 의원들은 "알제리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법률 통과에 프랑스는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프랑스 외교부 대변인은 해당 법률에 대해 "알제리 국내 정치 문제"라면서도 "프랑스와 알제리 간 대화를 이어가고 역사적 사안에 관해 논의를 진정시키는 데 역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식민 통치 시기를 연구하기 위해 역사학자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나름의 절차가 진행 중임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알제리 식민 지배 당시 "인도주의에 반한 죄"를 저질렀다고 인정한 바 있지만, 사과하지는 않았다.
한편, 호스니 키투니 영국 엑스터대 교수는 이번 법률에 대해 "국제법적 효력은 없으며 프랑스에 구속력도 없다"면서도 "과거사 관점에서 양국 관계 파열을 의미하는 등 정치적, 상징적 의미는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1830년부터 1962년까지 알제리를 통치했다. 이 기간 알제리에서 대량 학살과 대규모 이주가 있었으며 특히 1954~1962년 알제리 독립전쟁 시기에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알제리는 전쟁기간 150만명이 사망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프랑스 역사학자들은 사망자 수를 50만명 이하로 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알제리인을 4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은 최근 몇차례 외교 현안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모로코의 서사하라 영유권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서사하라는 1975년 스페인의 식민 통치에서 벗어나면서 이 지역 대부분을 병합한 모로코와, 서사하라 독립운동 세력인 폴리사리오가 알제리의 지원을 받아 1976년 수립한 사하라아랍민주공화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알제리는 또 지난해 11월 프랑스계 알제리 작가인 부알렘 산살이 알제리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 안보 침해 혐의를 적용해 현지 공항에서 체포했고, 프랑스 정부가 반발한 바 있다.
rao@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