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모든 것들의 민영화·로보 사피엔스 재패니쿠스

연합뉴스 2025-12-25 08:00:05

나의 일본민술 순례 2 + 이 한 장의 그림엽서

모든 것들의 민영화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 모든 것들의 민영화 = 도널드 코언·앨런 미케일리언 지음, 김문주 옮김.

미국에서는 상수도와 교육, 의료, 공중보건, 기상 정보, 교정시설, 도로·통신 인프라 등 공공부문으로 여겨지던 거의 모든 영역이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변화가 행정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위치에서 행사하던 공적 권리가 약해지고, 의사결정의 주체에서 점점 밀려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2015년 캘리포니아주 가뭄 당시 시민들은 책임감 있게 물 사용을 줄였고, 그 결과 수도 요금 인하로 이어졌다. 하지만 수도가 민영화된 애플밸리에서는 물 사용량이 줄자 "판매 단위가 줄면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요금이 인상됐다. 민간 상수도 기업은 물을 더 쓰고 덜 절약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시민들이 민주주의 시스템을 통해 공공재의 공적 통제권을 갖지만, 민영화되면 통제권을 잃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 불과하게 된다며 공공재의 가치를 되돌아보고, 공적 통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인어박스. 472쪽.

로보 사피엔스 재패니쿠스

▲ 로보 사피엔스 재패니쿠스 = 제니퍼 로버트슨 지음. 이수영 옮김.

일본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개발과 연구, 사회적 관심 면에서 모두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국가다. 만화 '철완 아톰'에서 시작해 혼다의 아시모에 이르기까지 인간형 로봇은 일본에서 진화를 거듭해왔다.

유년 시절 일본에서 체류한 뒤 인류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저자는 일본의 로봇 공학이 결코 중립적인 기술이 아니라, 유용함과 편리함을 넘어선 가치 판단과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분야라고 강조한다.

책에 따르면 2014년 1월 일본인공지능학회 정기간행물 표지에는 등에 전선이 연결된 빗자루를 든 로봇이 그려져 있다.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치마 드레스를 입은 이 로봇은 일본 만화에 등장할 법한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이다. 성이 없는 로봇에 굳이 젠더를 투여해 '하녀 로봇'을 만들어낸 셈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일본 사회의 뿌리 깊은 젠더 규범과 가족주의,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로봇을 대하는 태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수미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의 해제도 실었다.

눌민. 400쪽.

나의 일본미술 순례 2 + 이 한 장의 그림엽서

▲ 나의 일본미술 순례 2 + 이 한 장의 그림엽서 = 서경식 지음. 최재혁 옮김.

2023년 별세한 재일 조선인 작가이자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 불린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명예교수의 유고와 미공개 글을 묶은 책이다.

작가는 앞서 '나의 서양미술 순례', '나의 조선미술 순례', '나의 일본미술 순례' 등을 출간했다. 이 책은 전작에 담지 않았던 일본 작가 아오키 시게루와 기시다 류세이, 부부 작가 마루키 이리와 마루키 도시에 대한 글을 담았다.

아울러 2005년 10월 발표한 수필 '부서진 말'과 별세 이후 서재에서 발견된 '이 한 장의 그림엽서'라는 제목의 글모음 22편이 실렸다. 여행지에서 사 왔던 엽서 속 그림과 화가에 관해 적은 짧은 수상록이다.

명작을 향유하며 아름다움의 의미를 되묻고 의심해온 작가의 마지막 순례 기록을 담았다.

연립서가. 278쪽.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