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일교 로비 키맨' UPF 前회장 13시간 피의자 조사(종합2보)

연합뉴스 2025-12-25 02:00:02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입건…내부 문건에 정치권 접촉 수시보고

한학자도 3시간 재조사…윤영호 2차 조사 불발에 경찰 수사 난항

경찰 출석한 전 통일교 산하단체 회장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김동한 김성훈 수습기자 = 경찰이 24일 통일교의 정치권 인사 로비 창구로 지목된 교단 핵심 관계자를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통일교 산하단체 천주평화연합(UPF) 회장을 지낸 송광석씨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 11시 30분까지 약 14시간 동안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조사를 받았다.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송씨는 조사가 끝난 뒤 취재진을 피해 귀가했다. 앞서 조사실에 들어서면서도 정치인 자금 전달에 개입했냐는 질문 등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송씨는 통일교 한국협회장 등 교단 주요 보직을 거쳤다. 2018∼2020년 통일교가 설립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IAPP) 회장도 맡았다.

경찰청 특별전담수사팀은 통일교 자금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물론 임종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규환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송씨와 IAPP가 중간책 역할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송씨가 2019년 여야 정치인 10여명에게 1백만원 안팎의 후원금을 낸 영수증 내역 등도 수사망에 오른 상태다.

김 전 의원도 통일교 측의 '배달사고'에 송씨가 개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격 수사가 이뤄지기 전인 지난 13일 두 사람이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통일교 주요 현안을 정리한 3천쪽 분량의 이른바 'TM(True Mother·참어머니) 특별보고' 문건에서도 송씨는 수차례 등장한다.

송씨는 2017년 10월 해당 문건에서 대만에서 임 전 의원을 만났다고 언급하며 "참부모님의 활동 소개와 비전을 교육받는 시간을 가졌다"고 보고했다.

2017년 12월 보고에는 "국회에서 한일 터널 실현을 주제로 심포지엄이 있다"며 임 전 의원 등이 세계평화도로재단의 고문을 수락해 위촉패를 준다고 보고했다.

임 전 의원 측은 대만에서 국회의원 교류 행사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통일교 교리 교육은 없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UPF가 2020년 주최한 '월드 서밋' 등 다양한 통일교 행사에 정치권 인사들이 참여한 영상과 사진들도 입수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한학자 총재(왼쪽)와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서울구치소를 찾아가 통일교 로비 의혹의 정점인 한학자 총재를 3시간 동안 조사하기도 했다.

이번 의혹을 촉발한 윤영호 전 본부장을 상대로 한 조사는 불발됐다.

한 총재 측이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장시간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예정했던 조사는 이뤄졌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윤 전 본부장 측은 개인 사정으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뇌물공여 및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인 이들은 2018∼2020년께 전 전 장관과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에게 수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명품 시계 등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은 11일과 17일 윤 전 본부장과 한 총재를 각각 접견해 의혹 전반을 캐물었으나 유의미한 진술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지난 12일 윤 전 본부장은 법정에서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해 "저는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번복한 바 있다. 이날도 조사가 불발되며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찰은 전날 서울 서초구 불가리코리아 본점을 압수수색해 통일교 측 관계자들의 제품 구매 이력 등 물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dh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