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20개항 종전안 최신판 공개…영토 할양은 '미해결'

연합뉴스 2025-12-25 00:00:28

우크라군 80만명 규모 유지, 러 재침공 금지 약속 공식화

트럼프 의장인 평화위원회가 협정 이행 감독·보장

트럼프와 젤렌스키 대통령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24일(현지시간) 미국과 논의중인 20개항의 종전안 최신판을 공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에게 최근 미국과 협상한 결과를 설명하며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양측 입장이 상당 부분 좁혀졌다면서도 영토 할양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문제 등 2가지 쟁점은 여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를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회담을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공개한 20개항의 종전안은 우선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재확인한다고 규정한다.

아울러 이 종전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완전하고 의문의 여지 없는 비공격 협정을 규정한다고 돼 있다. 특히 장기적 평화 유지를 위해 우주 기반 무인 감시 시스템을 통한 접촉선 감시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위반 사항 조기 통보와 분쟁 해결 보장을 명시한다고 돼 있다.

우크라이나가 강력한 안보 보장을 받는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국가들은 나토 조약의 집단방위 조항인 5조에 준하는 안보 보장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는 취지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현재 수준인 80만명 규모로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이 지난달 처음 제안한 종전안 초안에서는 우크라이나 축소를 요구했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재침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법적으로 공식화할 것도 종전안에 담겼다. 유럽이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비공격 정책을 모든 필요한 법률과 비준 관련 필수 문서에 공식화할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도 보장받는다. 유럽 시장에 대한 단기적 특혜 접근권도 부여받는다고 돼 있다. 전후 재건 측면에서 우크라이나는 별도의 투자 및 미래 번영 협정에 따라 강력한 글로벌 개발 패키지를 제공받게 된다.

또 경제 회복, 피해 지역 재건,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기금을 설립할 예정이다.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할 수 있도록 8천억 달러(약 1천160조원)를 동원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가속하기로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미국의 입장은 우크라이나에 자유무역 접근권을 부여할 경우 러시아에도 유사한 조건을 제공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가 드니프로강과 흑해를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걸 러시아가 방해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항행·운송의 자유를 포함하는 별도의 해상 협정 등이 체결될 수 있다. 드니프로강이 바다로 흘러드는 지점인 킨번 곶은 비무장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라 비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

사회 측면에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학교,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증진하고 인종차별과 편견을 근절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약속한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는 종교적 관용과 소수 언어 보호에 관한 EU 규정을 이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미해결 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주의 위원회를 설립해 전범 교환, 아동을 포함한 모든 민간인 억류자 및 인질 송환, 분쟁 피해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조처를 하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종전안에 협정한 이후 우크라이나가 가능한 한 빨리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조항도 담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는 지난해 5월까지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전면 침공에 따라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지난해 3월에 치렀어야 하는 대선이 무기한 중단됐다.

그러나 핵심 쟁점인 영토와 자포리자 원전에 대해선 미국과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에서 완전히 군대를 철수하고 돈바스 지역 영토를 할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선에서 전투를 중단하기를 원한다. 미국은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자 우크라이나가 일부 통제하는 도네츠크에 비무장지대와 자유경제 구역 설치를 제안했다.

다만 어떤 식으로든 영토에 관한 합의가 이뤄지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은 무력으로 이 합의를 변경하지 않기로 약속한다는 점은 명시됐다.

자포리자 원전도 당사자 간 입장이 크게 갈리는 지점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러시아가 공동 기업을 설립해 동등한 지분을 보유하며 미국이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제외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지분 50 대 50으로 합작회사를 설립해 발전소를 운영, 우크라이나가 생산된 에너지의 절반을, 미국이 나머지 절반을 독립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을 원한다.

전쟁의 모든 당사국이 이 협정에 동의하는 즉시 전면적 휴전이 발효된다.

이 협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평화위원회가 협정 이행을 감독하고 보장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유럽, 나토, 러시아, 미국이 이 기구에 함께 참여하며 위반 시 제재를 받게 된다.

이 종전안은 미국을 통해 러시아에 전달된 상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24일 중 이 종전안에 답변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