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벌이 위한 북한 '가짜 찬양단' 이야기…"몽골의 극한 추위 몰입에 도움"
10년 만에 스크린 복귀한 박시후 "대본 속 이야기 힘에 끌려"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 수단이 끊어진 북한이 국제 원조를 받기 위해 '가짜 찬양단'을 만든다.
당은 혹시 모를 단원들의 '사상 오염'을 감시하고자 보위부 장교를 지휘자로 임명하고, 따로 감찰조 간부도 파견한다. 겉모습만 꾸며낸 찬양단이지만 단원들은 서슬 퍼런 분위기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꺼트리지 않는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김형협 감독의 '신의 악단'은 북한의 가짜 찬양단 단원 12명이 하모니를 이루면서 각자 내면이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2AM 멤버 겸 가수인 정진운이 찬양단을 감시하는 보위부 대위 김태성 역을, 배우 박시후가 찬양단 지휘자인 보위부 소좌 박교순 역을 맡았다.
24일 서울 중구의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난 정진운은 "그냥 북한 사람이어도 연기하기 어려웠을 텐데, 북한 군인이라서 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옆에서 사람이 갑자기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무조건적인 공포를 실제로는 느껴본 적이 없어서 상상하며 그려내는 게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진운은 실제 군인 출신 북한이탈주민에게서 북한 말투와 군인들의 움직임 등을 자세하게 교육받으며 훈련했다.
영화는 일부 각색됐지만,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는 실제 북한이탈주민이 경험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정진운은 "믿기 힘든 거짓말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북한군 출신) 선생님이 제 손을 꽉 잡고 '거짓말 같으면 그게 진짜예요'라고 하시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주요 촬영지였던 몽골의 영하 30~40도를 오가는 극한 추위는 북한 주민들이 겪는 혹독한 삶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
정진운은 "첫 촬영 날 기온이 영하 39도였고, 어쩌다 영하 20도까지 오르면 배우나 스태프가 '이 정도면 따뜻한데?'라고 말할 정도였다"며 "날씨 여건도 몰입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고 떠올렸다.
몽골의 추위는 매서웠지만, 쉬는 날 배우, 스태프가 함께 초원에 나가 쏟아지는 별을 보는 잊지 못할 추억도 남았다.
정진운은 "영하 35도의 눈밭에 누워 별을 보던 낭만을 잊지 못한다"며 "몽골에서 찍어 온 사진들을 보면 현실감이 없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교순 역의 박시후는 '신의 악단'으로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박시후는 "대본의 힘에 끌려 출연하게 됐다"며 "냉철하고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던 교순이 단원들을 만나며 교화돼가는 이야기의 감동에 끌렸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그리워한 영화 촬영장이지만, 북한 사투리를 쓰며 몽골 설원의 추위를 견디는 건 그 역시 쉽지 않았다.
박시후는 "북한말이 생소해서 너무 힘들었다"며 "일대일 개인 지도를 받고, 녹음해서 현장에서도 들으면서 계속 외웠다"고 했다.
이어 "첫 야외촬영 날, 가만히 있어도 눈물 콧물이 나오고 바로 얼 정도의 추위에 카메라도 얼었다"며 카메라를 녹이는 데에만 시간이 한참 걸렸던 일화도 소개했다.
같은 보위부 군인으로 호흡을 맞춘 정진운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박시후는 "제가 장남 스타일이면 정진운은 막내 스타일이라 '케미'(호흡)가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성격이 반대여서 오히려 잘 맞았는지 화기애애하고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on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