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 세계 어린이의 '크리스마스 성지'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주의 주도 로바니에미.
최근 '산타클로스 마을'로 통하는 이곳의 하늘에는 썰매를 끄는 루돌프 대신 군용 전투기의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핀란드가 2023년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한 이후, 평화롭던 눈 덮인 동화 마을이 서방과 러시아가 대치하는 '북극의 최전선'으로 변모하고 있는데요.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10일 "로바니에미의 유명 관광지인 '산타 파크'가 유사시 대피소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집중 조명했습니다.
산타 파크는 유사시 최대 3천600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요정 학교를 체험하고 진저브레드를 굽는 이 지하 동굴 테마파크는, 실제로는 핵 공격이나 화학전 상황을 대비해 암반을 뚫어 만든 거대한 방공호인데요.
핀란드 내무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핀란드에는 민방위 대피시설(방공호) 5만500개가 있으며 총 480만 명을 수용할 수 있고, 평시 다른 용도로 쓰더라도 72시간 안에 비우고 대피소로 전환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가디언은 "산타 마을의 동화 같은 겉모습 이면에는 러시아와의 1천340km 국경을 마주한 핀란드의 안보 불안과 철저한 대비 태세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로바니에미 공항 역시 민간 공항이자 핀란드 공군의 핵심 기지인 '라플란드 비행단'의 본거지인데요.
핀란드 공군은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 64대를 도입해 순차적으로 전력화할 계획이며, 첫 F-35A는 2026년 말 라플란드 비행단에 인도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대피 셸터·정비·훈련·저장 시설과 비행장 구조물 확충 등 기지 현대화 작업이 한창입니다.
관광객들이 산타를 만나러 가는 길목에서 철조망과 군사 시설을 마주하는 것이 일상이 된 셈인데요.
나토의 군사 훈련 증가는 지역 원주민들의 삶도 흔들고 있습니다.
핀란드 원주민인 사미(Sami)족은 군사 훈련 구역이 확대되면서 순록들이 뜯어 먹을 이끼가 풍부한 숲이 통제되고, 전투기 소음 등으로 순록의 출산기 방목이 교란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결정적 계기가 됐는데요.
핀란드는 오랜 군사적 비동맹 중립 노선을 포기하고 서방의 집단 방위 체제에 합류했습니다.
이에 대응해 러시아 역시 북서부 국경 지대의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산타 마을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제작 : 전석우·구혜원
영상 : 로이터·AFP·NATO 유튜브·X @Maavoimat·@KainuunP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