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유럽 남자농구 프로리그 창설 시도…찬반 엇갈려

연합뉴스 2025-12-24 18:00:06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미국프로농구(NBA)가 2027년 유럽에서 남자프로농구 리그를 신설하려는 계획을 밝히면서 유럽 내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NBA는 22일(현지시간) 국제배구연맹(FIBA)과 함께 이러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다음 달 새 리그에 참여할 팀과 구단주 등 진전된 내용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리그에는 고정된 참가팀 외에 FIBA 가맹 유럽 국내 리그 소속팀도 챔피언스리그나 시즌 종료 후 열리는 토너먼트를 통해 참가할 수 있다고 NBA는 전했다. NBA는 또 각국 국내리그와 국가대표팀 경기 일정에 맞춰 리그 스케줄을 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NBA와 FIBA는 유럽 농구 생태계 발전을 위해 국내 리그나 클럽팀, 선수·코치·심판 지원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는 "유럽에서 여러 이해당사자와 대화한 결과 새 리그 창설에 관해 커다란 기회가 있다는 믿음이 커졌다"며 "유망한 클럽·구단주들이 우리와 비전을 공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 자클리스 FIBA 사무총장은 "NBA와 FIBA의 공동 프로젝트 진전은 유럽 농구계에 좋은 소식"이라며 새 리그가 유럽 스포츠 모델의 원칙을 존중하고, 유럽 농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NBA의 움직임과 관련해 유럽 지역 정치인과 스포츠계 인사들의 반응은 엇갈렸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3일 전했다

지지자들은 유럽에서 각국 농구 리그가 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NBA가 창설하는 새 리그가 중요한 투자처가 될 것으로 기대했고, 반대하는 이들은 국내 농구 리그가 위축되고 자금이 미국 기업에 흘러 들어갈 것을 우려했다.

지난달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스포츠 장관 회의에서 이탈리아, 프랑스, 슬로베니아 등 몇몇 국가는 NBA의 구상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한 유럽 국가 정부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폐쇄형 리그는 소수 인기 클럽에만 수익이 돌아가 국가 단위 스포츠에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럽 지역 농구 리그인 유로리그의 파울리우스 모티에유나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농구는 역사와 정체성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다. 이곳의 팬들은 정복 대상이 아니다"라며 "어떤 새 프로젝트라도 엘리트 대회, 국내 리그, 풀뿌리 스포츠라는 전체 피라미드 구조를 존중하고 강화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순수하게 유럽에서 농구를 성장시키려는 목적이라면 협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렌 미칼레프 EU(유럽연합) 스포츠 집행위원은 "정책입안자로서 경쟁 체제를 유지하고 연대와 개방성, 공정성이라는 EU의 가치를 확산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현재 논의는 유럽 스포츠의 온전성과 피라미드형 모델을 지키기 위해 이들 가치를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