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제3자 유증 중단' 가처분 기각…'지배권 방어' 주장 인정 안돼
법원 "의무 위반 아냐"…MBK·영풍 "재무적·경영적 위험 해소 안돼…유감"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한 제3자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는 영풍 측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 중인 양측 다툼에서 미 투자와 합작법인 추진을 시도하는 고려아연에 대해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지만 허용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4일 '적대적 M&'A를 시도 중인 1대 주주 영풍·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대상으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양측에 결정문을 송달했다.
이날 법원 결정에 따라 오는 26일로 예정돼 있던 유증 대금 납입은 계획대로 이뤄진다.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신주발행이 미국 제련소 설립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신주 발행이 현 경영진의 지배권 방어 목적에 불과하다는 영풍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주발행 당시 고려아연에는 미국 내 금속 제련소 및 관련 산업 설비를 건설·운영하기로 하는 프로젝트 추진, 고려아연과 미 정부 등이 각 출자해 설립한 합작법인(JV)과의 전략적 제휴, JV를 통한 자금조달이라는 경영상 필요성이 존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신주발행이 다른 자금조달 방안에 비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했다.
신주 발행으로 고려아연의 지배권 구도가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하게 바뀔 것이란 영풍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주발행이 진행될 경우 영풍 등이 당초 예상했던 고려아연에 대한 지배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신주발행이 고려아연의 지배권 구도를 결정적으로 바꾼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이어 "신주발행은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라는 목적을 위해 이뤄진다고 보기 어렵고,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특정 주주만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신주발행이 상법상 이사회 결의사항이기 때문에 '영업의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를 양도하는 경우' 주주총회의 특별결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한 상법 374조 1항을 위반했다는 영풍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신주발행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거나, 미국의 관련 법령에 따라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소명할 자료가 없다"고도 부연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테네시주에 11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재원 마련을 위해 현지 합작법인 크루서블JV에 약 2조8천51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도 공시했다.
이에 영풍·MBK는 "사업적 상식에 반하는 경영권 방어용"이라고 반발하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 19일 법원에서 열린 가처분 심문에서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이번 유상증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미국으로의 전략적 사업 확장을 위해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영풍·MBK는 법원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절차를 통해 제기됐던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투자 계약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 그리고 고려아연이 중장기적으로 부담하게 될 재무적·경영적 위험 요소들이 충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문제 제기는 고려아연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책임 있는 최대주주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로서 미국 제련소건설 프로젝트가 미국뿐 아니라 고려아연과 한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윈윈'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고도 덧붙였다.

leedh@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