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아내 살해" 허위신고에 새벽 1시 집으로 피자 배달되기도
미국서 판사 협박 10년 새 3배로 급증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연방법원 판사들이 각종 협박과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이 보도했다.
미 연방보안관국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사들을 대상으로 발생한 협박 사건은 2025회계연도 기준 564건으로, 최근 10년 사이 3배로 급증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하는 판결을 내거나, 사법부 독립에 대해 공개적으로 발언한 판사들이 다수 위협에 노출됐다.
시애틀 연방법원 판사 존 쿠거노어가 대표적인 사례다. 쿠거노어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출생시민권 제한정책에 대해 "노골적인 헌법 위반"이라며 효력정지 명령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그 판사라면 이런 결과가 나와도 놀라울 게 없다"며 사실상 쿠거노어 판사를 직격했고, 이후 쿠거노어 판사는 익명의 신고자들이 꾸며낸 허위 신고로 피해를 입었다. 신고 내용에는 '쿠거노어 판사가 아내를 살해했다', '그의 집 우편함에 폭탄이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캔자스시티 연방법원 판사인 스티븐 보우는 미주리대 학생 5명의 강제 추방을 막는 판결을 내린 후 새벽 1∼2시에 주문하지도 않은 피자 배달을 받았다. 약 1천300㎞ 거리인 애틀랜타에 사는 그의 딸에게도 피자가 배달됐다.
보우 판사는 이에 대해 "'우리는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협박 행위"라며 "(사건 이후) 생활 방식이 달라졌고, 가족도 같은 방식으로 생활하도록 신경 쓰게 됐다. 이제 모든 것이 예전과 달라진 듯하다"고 NBC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한 판사 역시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후 살해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이 판사는 "나보다 가족이 더 걱정된다"며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살게 될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판사들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도를 넘은 사법부 비판이 판사들에 대한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의사에 반하는 판결을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했고, 팸 본디 법무장관은 "수준 낮은 좌파 판사들"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더 위대하게) 진영의 인플루언서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을 가로막는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그걸 협박처럼 보도하는 NBC의 행태는 완전히 터무니없으며,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보도를 무시해야 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사법부 비판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한편, 판사들에 대한 위협이 해외 조직과 연계돼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이버보안 전문가 론 자야스는 NBC 인터뷰에서 "조사 결과 피자 배달 등 협박 사건에 외국이 개입한 흔적을 발견했다"며 "이는 러시아와 연계된 활동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말했다.
mskwa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