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돌려줬다지만 막대한 청와대 관람 비용 부담한 꼴
'국민 걱정거리' 아니라 국민의 삶을 걱정하는 청와대 돼야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선임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청와대가 국민에 개방됐다. 이재명 정부는 대통령실을 용산에서 청와대로 다시 옮겼다. 청와대 자유관람은 이제 추억이 됐다.
청와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 일반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됐다. 이재명 정부가 대통령실 복귀 준비로 올해 8월 1일부터 일반 관람을 중단할 때까지 3년여간 852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는데 517억원이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경호처·경찰 등 연쇄 이동 비용은 포함하지 않은 숫자였다. 관련 비용을 모두 합치면 1천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 품으로 돌려줬다'는 청와대를 구경하는데 국민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꼴이 됐다. 그러고도 대통령실을 왜 옮겼는지 속 시원하게 알지도 못한다.
청와대는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대통령 집무 공간으로 활용돼 왔다. 처음에 '경무대'로 불리다 청와대로 바뀌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대통령의 집무실'로서 권력의 심장부이자 권위의 상징으로 각인됐다.
특히 독재정권 시절에는 국민에 군림하는 권부, 밀실 정치의 무대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풍겼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도 국민으로부터 국가 운영 권한과 의무를 위임받는 대표자라기보다 통치자의 모습으로 비쳤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권력구조는 대통령 중심제여서 청와대가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하기는 어렵다. 민주화를 거치면서 한결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국민과 괴리된 '구중궁궐'의 한계를 자주 드러냈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 이전과 복귀라는 전례 없는 과정을 거친 만큼 근본적인 변화를 바라는 기대감도 크다. 과거 청와대는 접근 불가한 폐쇄적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는 한때 국민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공간으로 바뀌었다.
청와대 개방 전후 명칭 사용도 늘어 '청와대'가 전국 곳곳 동네 골목에 나타났다. 인터넷 지도 검색을 해보면 청와대를 덧붙인 상호가 50여개나 된다. 물론 '청와대' 공식 상표 등록자는 대통령비서실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뿐이다.
'청와대짬뽕', '청와대손만두', '청와대소금구이', '청와대부동산', '청와대숯불갈비', '청와대노래연습장', '청와대갈비', '청와대목장', '청와대반점', '청와대칼국수', '청와대부대찌개', '청와대호프' 등으로 업종도 다양하다.

심지어 일부 업종에서는 청와대라는 세 글자만 간판으로 내걸고 영업하는 곳도 있다. 경기도 이천시 고깃집 청와대 정창교 사장은 "손님들이 가게에서 전화할 때 '청와대에서 밥 먹고 있다'거나 '청와대에서 만나자'고 하며 웃기도 한다"며 "제자리로 돌아온 청와대가 소상인들에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청와대 검문소 운영 조정을 통한 시민의 접근 부분 보장, 대통령과 보좌진의 거리를 좁히는 집무실 배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에서는 지난 22일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통령 세종 집무실에 대해 일정을 앞당겨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위치는 헌법이나 다른 법률에도 명시적 규정이 없다. 앞으로 정부 세종청사에도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제 어디에 있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를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민이 걱정하는 청와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걱정하는 청와대가 돼야 한다.
hsh@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