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데 보일러 아껴 틀어도 겨울철 난방비 70만원 이상"
"난방비 지원사업만으론 부족…겨울철 취약계층에 관심 필요"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실내 등유 가격이 지난 9월부터 오름세를 보이며 겨울철 에너지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소득이 변변찮아 에너지바우처 등 행정당국의 난방비 지원 사업을 통해 근근이 등유 보일러를 사용하며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대구 서구 주택가 골목에는 해가 떨어지며 그늘이 지기 시작하자 찬 공기가 맴돌았다.
오래된 주택가 담벼락 이곳저곳에는 실내 등유를 판다는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윤모(63)씨는 겨울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0년째 등유 보일러가 설치된 주택에 홀로 세 들어 살고 있다.
윤씨의 집에 들어서니 부엌과 안방 바닥에는 미세한 온기만 느껴졌다.
다른 방 한 곳은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아 머물기 힘들 정도로 냉골이었다.
윤씨는 집 안에 있음에도 두꺼운 잠옷 바지와 상의를 입고 양말까지 신고 있었다.
그는 "돈만 있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버리고 싶다. 겨울에는 전기장판을 늘 켜고 산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윤씨의 집 뒤편 낡은 창고 안에는 오래된 등유 보일러가 '윙윙' 커다란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보일러가 낡은 탓에 최근 고장이 잦다고 한다.
윤씨는 "지금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110만원"이라며 "내년 봄까지 보일러를 아껴 틀어도 난방비가 총 70∼80만원은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모(47)씨도 만만찮은 등유 가격 때문에 고민이 깊다.
그는 "최근 유튜브에 등유 보일러 아껴서 사용하는 법을 검색해서 나름 공부를 하고 있다"며 "등유 가격도 비싸지만 그렇다고 가스보일러를 설치하는 건 더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대구 실내 등유 가격은 ℓ당 1천363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 가격을 기록한 지난 9월(ℓ당 1천330원) 대비 2.5% 오른 수준이다.
올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겨울철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가구나 65세 노인 등을 대상으로 가구원 수에 따라 29만5천200원∼70만1천300원을 지원한다.
대구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에너지바우처 사업만으로는 겨울철 난방비를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지관에서도 자체 난방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sb@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