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등윳값 오름세에 취약계층 시름…집안서 겨울옷으로 중무장

연합뉴스 2025-12-24 12:00:05

"혼자 사는데 보일러 아껴 틀어도 겨울철 난방비 70만원 이상"

"난방비 지원사업만으론 부족…겨울철 취약계층에 관심 필요"

등유 보일러가 설치된 창고

(대구=연합뉴스) 황수빈 기자 = 실내 등유 가격이 지난 9월부터 오름세를 보이며 겨울철 에너지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들은 소득이 변변찮아 에너지바우처 등 행정당국의 난방비 지원 사업을 통해 근근이 등유 보일러를 사용하며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대구 서구 주택가 골목에는 해가 떨어지며 그늘이 지기 시작하자 찬 공기가 맴돌았다.

오래된 주택가 담벼락 이곳저곳에는 실내 등유를 판다는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윤모(63)씨는 겨울이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10년째 등유 보일러가 설치된 주택에 홀로 세 들어 살고 있다.

윤씨의 집에 들어서니 부엌과 안방 바닥에는 미세한 온기만 느껴졌다.

다른 방 한 곳은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아 머물기 힘들 정도로 냉골이었다.

윤씨는 집 안에 있음에도 두꺼운 잠옷 바지와 상의를 입고 양말까지 신고 있었다.

그는 "돈만 있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 가버리고 싶다. 겨울에는 전기장판을 늘 켜고 산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기장판

윤씨의 집 뒤편 낡은 창고 안에는 오래된 등유 보일러가 '윙윙' 커다란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보일러가 낡은 탓에 최근 고장이 잦다고 한다.

윤씨는 "지금 직장에서 받는 월급이 110만원"이라며 "내년 봄까지 보일러를 아껴 틀어도 난방비가 총 70∼80만원은 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김모(47)씨도 만만찮은 등유 가격 때문에 고민이 깊다.

그는 "최근 유튜브에 등유 보일러 아껴서 사용하는 법을 검색해서 나름 공부를 하고 있다"며 "등유 가격도 비싸지만 그렇다고 가스보일러를 설치하는 건 더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대구 실내 등유 가격은 ℓ당 1천363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 가격을 기록한 지난 9월(ℓ당 1천330원) 대비 2.5% 오른 수준이다.

올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겨울철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 가구나 65세 노인 등을 대상으로 가구원 수에 따라 29만5천200원∼70만1천300원을 지원한다.

대구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는 "에너지바우처 사업만으로는 겨울철 난방비를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복지관에서도 자체 난방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가에 붙어있는 실내 등유 홍보물

hs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