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성 레저'→'기본 체육'으로…스키장, 학교체육과 만나야 활성화

[※ 편집자 주 = 기후변화로 국내 스키장 산업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영업일수 감소와 제도적 불평등, 교육·체육 인프라의 공백 등이 맞물리며 복합적 위기가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기후 위기가 가져온 스키 산업 변화와 규제만 중첩된 현실, 구조적 문제, 지속 가능한 전환 방향을 3편에 걸쳐 짚어봅니다.]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스키 산업의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내 스키 위기는 산업의 위기이자 동시에 교육체계의 한계가 드러난 문제"라고 지적한다.

기후 위기와 경영난, 제도적 부담 등 산업적 요인에 더해 학교 체육 과정에서 스키 교육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청소년 체험 격차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겨울 스포츠 종목의 침체를 넘어 체험 기반 체육 교육이 공교육 과정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스키를 '사치성 레저'가 아닌 '기본 체육'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다.
◇ 스키 단원은 있지만 수업은 '제로'…학교체육의 빈칸
현행 초·중등 체육 교과서에는 겨울 스포츠가 명시돼 있지만, 실제 교육 현장에서 스키 수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대부분 학교가 스키장과 멀리 떨어져 있고, 교통비·장비 대여비·보험료 등 비용 부담이 학교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교사 인력 확보와 안전 관리에 대한 부담 역시 학교 현장에서 스키 수업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과거 교육부가 스키를 안전사고 위험 종목으로 지적하며 일선 학교에 사실상 자제를 권고했던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겨울철 체력 활동 장려는커녕 학교 단체의 스키장 이용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스키장은 교육 인프라가 아닌 '회피 대상'으로 인식되며, 학교 단체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 체육에서 발생한 공백은 사교육이나 가정의 경제력으로 메워지고 있으며, 그 결과 학생 간 체험 격차는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
강원도에 거주하면서도 스키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학생은 적지 않다.
도내 한 초등학생은 "집 근처에 스키장이 있지만 TV로만 본다"고 말했다.
겨울 관광 산업의 중심지에 살고 있음에도 체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전국 스키장의 70% 이상이 집중된 지역이라는 이점조차 교육 인프라와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학교·교육청·스키장을 잇는 교과 연계형 구조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체험 기반 체육, 교육 현장에서 실험은 시작됐다
이 같은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지역사회와 연계해 학교 체육과 스키 교육을 결합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홍천군 서면의 대곡초교는 지역 특성을 살려 스키장을 학교 체육 인프라로 활용하는 특색교육을 운영 중이다.
대곡초는 비발디파크 스키장과 협력해 전교생 28명이 참여하는 알파인 스키 동계훈련을 6주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 체험을 넘어 정규 교육과 연계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교는 알파인 스키를 육성 종목으로 지정해 전교생을 선수로 등록하고, 훈련용 스키복 무상 제공과 장비 확충, 헬멧·척추 보호대 등 안전 장비를 갖춰 체계적인 훈련 환경을 조성했다.

비발디파크 측도 시즌권 무상 제공과 전용 락커 지원, 훈련·평가전을 위한 슬로프 제공으로 협력하고 있다.
박향규 대곡초 교장은 "지역사회와 연계한 특색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스키로 꿈과 재능을 키울 수 있다"며 "학교 체육과 겨울 스포츠 교육의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례는 학교 체육과 지역 산업이 상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실험으로 평가된다.
◇ '사치성 레저'에서 '기본 체육'으로…전환의 갈림길
전문가들은 스키가 협응력과 균형 감각, 도전 정신을 기르는 체험형 스포츠라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크다고 본다.
유년기 체육 경험은 성인이 된 이후 평생 체육 습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자연환경 속에서 이뤄지는 스포츠 활동은 정서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강원도에 스키장이 밀집한 점을 고려하면 학교 체육과의 연계는 지역사회 건강 문화 확산과도 맞닿아 있다.

산업과 교육을 동시에 설계하는 '겨울 스포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원득 한국스키장경영협회 사무국장은 "스키는 한때 사교육 중심의 레저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학생에게 제공돼야 할 기본 체육의 영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학교 체육과 만날 때 스키 산업도 또 다른 생존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체험 중심의 겨울 스포츠 교육이 이미 제도화됐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초·중등 교육 과정에 스키를 포함하고 정부가 교통·장비 비용을 지원한다.

일본 나가노현 역시 학생 대상 스키 체험을 정례화해 교육 체계 안에 안착시켰다.
반면 한국은 교육 인프라로서 스키장을 바라보는 정책적 시각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학교·교육청·지자체·스키장 간 공동 운영 구조 구축과 교통·장비 지원 체계 정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산업 위기가 교육 공백을 만들고, 교육 공백이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체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임충희 한국스키장경영협회장은 "교육과 산업을 연계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청소년과 지역, 스키장이 함께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a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