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에 갇힌 아버지 영혼 해방돼야"…한국 법원 첫 소송

연합뉴스 2025-12-23 18:00:10

강제징용 한국인 유족 10명, 합사 취소 촉구…손해배상 청구도

야스쿠니 한국인 합사 철폐 소송 제소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최원정 기자 = 일제가 일으킨 태평양전쟁에 강제 징용돼 숨진 한국인들의 유족이 야스쿠니신사에 무단으로 합사된 가족의 이름을 빼달라는 소송을 한국 법원에 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보추협) 등은 23일 오후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한국인 군인·군속 유족 10명은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사망자와 사망일 등을 기록한 '제신명표'와 '제신부' 등에서 이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와 신사에 총 8억8천만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일본 정부가 희생자들을 전쟁터에서 사망케 한 것도 모자라 야스쿠니신사에 이들의 인적정보를 제공해 유족의 인격권과 종교·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취지다.

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제출됐다.

한국 법원에 야스쿠니신사 합사 취소 소송이 제기된 건 처음이다.

소송 대리인단은 "유족에게 야스쿠니 합사는 단순한 종교의례가 아니라 희생자를 침략전쟁 미화의 구조에 편입시키는 가해"라며 "전쟁으로 죽음에 내몰리고도 '천황을 위한 전몰자'로 편입된 상태를 끝내고 유족이 원하는 방식으로 온전하게 추모할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고 중 한 명인 이희자(82) 보추협 대표는 "올해가 광복 80주년이라지만 아직도 야스쿠니에 갇힌 아버지는 해방을 맞지 못했다"며 "아픈 역사를 언제까지 유족들이 감내해야 하느냐. 왜 저는 아직도 일본 식민지 피해자로 남아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생후 13개월 때 아버지와 헤어졌다. 회견에는 원고 8명이 일제의 강제 징용으로 목숨을 잃은 가족의 사진을 들고 참석했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받들고 있는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꼽힌다.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 끌려가 숨진 한국인 2만여명도 합사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90년대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유족들은 일본 법원에 합사 취소 소송을 두 차례 냈으나 '소송 가능 기간이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족 6명은 지난 9월 일본 법원에 3차 취소 소송을 내고 법정 다툼 중이다.

away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