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할 경우 공화당 내 이념싸움 본격화 전망…"낮은 당내 인기가 걸림돌"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은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대선 재수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크루즈 의원이 2028년 대선 출마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루즈 의원은 2016년 공화당 경선에서 패배한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부한 인물이다.
다만 그는 지난해 대선 경선 때는 조기에 트럼프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다.
크루즈 의원이 대선 재수에 나설 경우 현재 공화당 내에서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JD 밴스 부통령의 벽을 넘는 것이 관건이다.
실제로 크루즈 의원은 물밑에서 밴스 부통령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그는 최근 공화당의 큰손 기부자들에게 밴스 부통령의 외교 노선이 위험할 정도로 고립주의적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크루즈 의원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외국과 관련된 사안에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외교 노선을 대변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와 함께 크루즈 의원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일각에서 불거진 반(反)이스라엘 정서를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우파 논객 터커 칼슨을 '유대인 혐오를 퍼뜨리는 독'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공화당이 칼슨과 같은 인사를 포용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칼슨에 대한 비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계 입문 이후 공화당을 사실상 장악한 마가 진영에 대한 견제로도 해석된다.
밴스 부통령은 마가 진영의 후계자로 꼽힌다.
크루즈 의원의 대선 도전이 공식화할 경우 공화당 내에서 보수진영의 이념 싸움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었지만 최근 결별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공화·조지아) 하원의원은 "2028년 대선 경선에서는 공화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크루즈 의원이 밴스 부통령과 맞붙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 당내 정치 지형상 크루즈 의원의 승산이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재선 도전을 포기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가 진영의 당내 주도권 장악 이외에도 크루즈 의원은 상원 초선 시절이던 2013년 좌충우돌하는 이미지로 당내에서도 반감을 샀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2016년 "누가 테드 크루즈를 살해해도, 재판이 상원에서 열리면 아무도 유죄를 선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농담한 것도 이 같은 당내 분위기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koman@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