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상승에 택배·배달 등 직종에 몰려…시위 등 사회불안 요인 가능성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정부가 플랫폼기업 등에서 일하는 '유연 고용(flexible employment)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에 제출한 '유연 고용 및 신(新)고용 형태 노동자 권익 보장 업무 상황에 관한 보고'에서 "신고용 형태 노동자 권익 보장 방법을 조속히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자로 나선 우슈장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 부부장(차관)은 "유연 고용과 신고용 형태는 우리나라(중국) 노동자 취업과 수입 증대의 중요한 채널이 됐다"며 "우리나라 유연 고용 규모는 2억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유연 고용'은 비(非)전일제·임시성·단계성·탄력적 노동시간 등을 특징으로 하는 개념으로, 비정규직·일용직부터 음식 배달 등 플랫폼 고용까지 아우른다. 중국에서는 2001년 제10차 5개년계획에서 처음 제도화됐는데 안정적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 실업이 늘어난 최근 수년 새 주목도가 부쩍 커졌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유연 고용 직종으로 몰리는 가운데 택배·배달 등 분야의 중국 플랫폼기업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곳이 나올 만큼 몸집을 불렸지만 노동자들은 하청·재하청 고용 구조 속에 권익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중국 당국은 유연 고용 노동자의 법적 보호 문제를 거론해왔다.
중국공산당이 1천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온라인 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지도·관리 체제를 구축하거나 근로계약서가 없는 배달원도 법적 노동자로 인정하는 등 지난해 잇따라 나온 조치가 대표적이다.
당국은 배달 노동자들이 자주 겪는 휴식난·식수난·식사난 등 문제 해결을 돕고, 당 지부가 플랫폼기업·지역 커뮤니티·부동산업체 등과 협의해 건물 출입, 승강기 이용, 주차, 충전 문제 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이미 내놓은 상태다.
중국 국무원은 전날 보고에서 "행정 지도·감독을 강화해 신고용 형태 노동자 권익 보장 수준 제고 특별행동 기간 전국적으로 7만9천개 기업의 고용 상황을 검사했고, 8천652개 기업에 경고 조치(約談·웨탄)를 했으며, 1만4천건의 위법행위를 처리했다"면서 "택배·배달·운송 등 업계에서 단체협약 3천576건을 체결해 플랫폼기업 및 그 협력사 1만3천200곳에 적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보험 가입률은 아직 저조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중국 유연 고용 노동자 중 기본 양로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7천57만명, 기본 의료보험 가입자 수는 6천615만9천명으로 2억명이 넘는 전체 규모에 비해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보험의 경우 올해 10월 말 기준 11개 기업과 17개 성(省)에서 시범 사업이 있었고 2천325만명이 가입했다고 국무원은 전했다.
중국이 유연 고용 노동자들의 권익 개선에 나선 것은 이들이 받는 제도적 차별이 사회 불안 요인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작년 8월 남동부 저장성 항저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이 대학생 음식 배달 노동자를 무릎 꿇린 일에 분개한 동료 배달원 수백명이 시위를 벌인 사건이 세간에 알려져 당국을 긴장케 했다.
중국 내 소식을 전하는 어느 해외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는 이날 새벽 후난성 창사에서 배달원들이 오토바이를 탄 채 경적을 울리며 시위에 나선 영상이 공유되는 등 최근에도 유연 고용 노동자들의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xing@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