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지주회사 소유·출자·수익 분석' 결과…"면밀한 모니터링 필요"
SK, 국외 계열사 활용해 지주회사 밖 계열사에 8건 출자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흔히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이하 '공시집단')은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점차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있지만 해외 계열사 등을 통한 우회 출자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하지 않고 총수 일가가 장악한 별개의 회사를 통해 지주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투명한 지배구조와는 동떨어진 경영도 반복되는 상황이다.
지주회사의 주 수익원은 배당금이었지만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기 어려운 상표권 매출도 증가해 면밀한 감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 대기업 92개 중 45개 지주회사 체제 전환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25년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소유·출자현황 및 수익구조 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 공시집단 92개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집단(이하 '전환집단')은 45개였다.
2016년 처음 조사했을 때(8개)와 비교하면 거의 6배 수준이 됐으며 작년보다 2개 증가했다.

지주회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수평·방사형 출자금지 등을 제한받기 때문에 대기업의 지배력이 부당하게 확장하는 것을 제한하며 출자 구조를 단순·투명하게 유지하는 데 상대적으로 적합한 구조로 평가받는다.
소유 구조를 살펴보면 총수·총수 일가의 전환집단 소속 일반지주회사 평균 지분율은 각각 24.8%, 47.4%로서 작년(24.7%, 47.7%)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전환집단 대표지주회사(43개)에 대한 총수와 총수 일가 평균 지분율은 각각 27.7% 46.9%로 일반 공시집단 대표회사 32개(24.1%, 43.4%)보다 높았다.
전환집단의 출자는 평균 3.4단계로 일반 공시집단(38개)의 평균(4.6단계)보다 낮았다.
전환집단은 통상 출자를 3단계로 제한받는다. 다만 지주회사 체제 바깥에 계열사가 있는 경우는 규제받지 않으며 행위제한 유예기간에 해당하면 예외적으로 3단계를 넘어선 출자가 인정된다.
◇ 규제 벗어난 국외 계열사 우회 출자 증가…내부 거래는 감소세
공정거래법상 행위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국외 계열사를 통한 지배력 행사는 여전했다.
전환집단 소속 48개 국외 계열사가 46개 국내 계열사에게 직접 출자(총 76건)한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47개 국외 계열사·43개 국내 계열회사에 73건 직접 출자)에 집계한 것보다 3건 늘었다.
국외 계열사의 국내 출자가 많은 전환집단은 롯데(16개), SK(9개), LX·동원·원익[032940](각 3개), 코오롱[002020](2개), LG·GS·한진·LS·한국앤컴퍼니그룹·OCI·에코프로·동국제강·하이트진로·DN·빗썸·영원(각 1개) 순이었다.
특히 지주회사나 그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등이 국외 계열사를 거쳐 지주회사 체제 바깥에 있는 국내 계열사에 간접 출자한 사례는 32건이었다.
이런 유형의 출자가 많은 집단은 SK(8건), 원익(5건), LX(3건), 동원(3건)이었다.

지주회사 체제 바깥에 존재하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232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지주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26개였으며 이들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9.97%로 집계됐다.
총수 일가는 이들 26개 회사의 지분을 평균 80.06% 보유했으며 이 가운데 13개 회사는 총수 2세의 지분이 20% 이상이었다.
공정거래법 등은 지주회사를 정점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통제하는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총수 일가가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체제 밖 계열사가 지주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일종의 옥상옥(屋上屋)과 같으며 수직적이고 투명한 소유·출자 구조로 보기는 어렵다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공정위는 일련의 사례에 대해 "국외계열사를 활용해 우회적으로 제한 행위를 할 가능성과 체제 바깥 계열사를 통해 사익을 편취하려는 유인이 있을 수 있다며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총수가 있는 전환집단의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6년 16.0%였는데 올해 12.35%로 집계되는 등 현저하게 감소하는 추세였다.
공정위는 지주회사 제도가 전환집단의 계열사 간 거래 건전성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총수가 있는 일반 공시집단의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은 2016년 12.5%였고 올해는 11.38%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었다.
올해 공시집단에 편입된 2개를 제외한 기존 전환집단 41개 가운데 국내 내부거래 비중이 많이 높아진 집단은 반도홀딩스(7.12%p)였고, 국내 내부거래 비중이 크게 낮아진 집단은 셀트리온[068270](-61.54%p)이었다.
다만 셀트리온은 같은 기간 국외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58.5% 포인트(p) 상승했다.
◇ 지주회사 대표수익 중 51.5%는 배당…상표권이 전체 매출액의 13%
전환집단 대표지주회사의 매출액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배당수익으로 평균 51.5%에 달했다.
배당수익의 비중이 70% 이상인 지주회사는 농심홀딩스[072710](100%), TY홀딩스(99.9%), OCI홀딩스[010060](96.0%), 영원무역홀딩스[009970](87.4%), 하이트진로홀딩스[000140](84.4%) 등 11개사였다.
반면 에코프로[086520](13.0%), 한솔홀딩스[004150](17.1%), SK(22.2%) 등 9개사는 배당수익의 비중이 30% 미만이었다.
전환집단 지주회사 32개를 분석했더니 배당 다음으로 규모가 큰 수익원은 상표권이었다.
이들의 상표권 수익은 전체 매출액의 평균 13.0%였으며 합계액은 1조4천40억원이었다. 작년에 조사한 것보다 534억원(4.0%)가량 늘었다.
상표권 사용료를 많이 받은 집단은 LG(3천545억원), SK(3천97억원), CJ(1천347억원), 롯데(1천277억원), GS[078930](1천20억원) 순이었다.

SK를 비롯한 15개사는 상표권 사용료, 부동산 임대료, 경영관리 및 자문 수수료를 모두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상표권 사용에 대한 대가를 계열사로부터 수취하는 것은 정상적인 거래에 해당할 수 있지만, 정확한 가치를 측정하기 곤란할 수 있는 무형자산(브랜드)을 이용해 계열사의 이익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지주회사로 손쉽게 이관하는 부당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부에 대해 사회적 감시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sewonle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