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경도요양병원 현장 찾아…억제대 안쓰고 환자 스스로 거동 돕는 '존엄케어'
환자는 간병비 부담, 간병인은 격무·처우 고충…李정부 내년부터 급여화
병원 측, '4인실·3교대' 모델 현장 괴리 지적…인력 수급도 숙제

(예천=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요양병원 간병비 국민건강보험 급여화'를 앞두고 찾은 경북 예천군의 경도요양병원.
환자의 인권과 존엄성을 보장하고자 '4무2탈(4無2脫) 존엄케어'가 이뤄지는 곳이다. 냄새·욕창·낙상·억제대를 없애고, 환자가 기저귀와 침대를 벗어나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지난 19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방문한 취재진은 병원 곳곳을 둘러보고 환자, 간병인, 의료진과 직접 만나 존엄케어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2시간마다 환자 체위를 변경하고, 낙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닥에서 20㎝ 높이인 낮은 침대를 수제작해 쓰고 있었다. 환자가 기어서 스스로 움직이게 유도하는 온돌 바닥 병실도 있다.
욕설이나 폭력을 행사해 주변인을 다치게 할 우려가 있는 환자는 일부러 재우거나 묶지 않고 투명한 방탄유리 통창으로 된 공간에 일시 격리하거나 안정될 때까지 시간을 두며 기다린다고 한다.
전국 요양병원 면회가 제한됐던 '코로나19' 당시 말고는 언제든 환자 보호자 등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고 있기도 하다.

환자 배태환(52)씨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뇌출혈로 몸 한쪽을 움직이기가 어렵게 된 후 타지역 요양병원에 몇 년 정도 있다가 1년 6개월 전 경도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그는 "이 병원에 와서 적극적인 재활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상태가 전보다 호전됐다"며 "예전에는 요양병원은 노년의 마지막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서 이미지가 달라졌다. '빨리 좋아져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환자 중심 케어를 해준다"고 말했다.
경도요양병원에 따르면 6인실에 최소 1명의 간병 인력이 상주한다. 환자 1명의 한달 지출 비용은 140∼150만원 선이고 이중 절반가량인 약 75만원이 간병비에 해당한다.
요양병원비의 경우 1년간 본인부담금 총액이 소득별 상한을 초과하면 초과분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환급해준다.
하지만 간병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개인이 100% 부담한다. 개인이 전담 간병인을 고용하면 간병비만 한달에 수백만원까지 써야해서 '간병지옥'이라는 말까지 나온 실정이다.
이 병원을 운영하는 인덕의료재단 이윤환 이사장은 "간병비 부담을 감당 못 해 우리 병원에 왔다가 다른 데로 이동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어르신들에게는 큰 부담이다"며 "비용 부담이 덜한 곳은 간병 인력이 적고, 인력이 적으면 환자를 묶어놓거나 하는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간병비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간병비 급여화는 병원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환자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국정과제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내년부터 단계적 시행한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서 본인 부담률을 현행 100%에서 2030년까지 30% 내외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의료 역량이 높은 의료중심 요양병원을 선정해 간병비 급여화를 적용할 방침이다. 내년 200곳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00곳 선정해 이들 병원 환자의 간병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의료중심 선정 기준은 의료 필요도가 높은 환자의 일정 비율, 특정 기준의 병실·병동, 간병 인력 등으로 제시됐다. 간병비 급여화에 2030년까지 정부 재정 약 6조 5천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간병비 급여화를 앞두고 현장에서는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간병 인력 처우와 실효성 등에 대한 지적이 함께 나왔다.
간병사(간병인)는 국가 공인 시험이나 교육은 없다 보니 간병인 직업군에 대한 공식 통계도 없는 등 제도적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
다만 코로나19 당시 요양병원 감염병 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간병인 정보로 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요양병원 1천270여곳에 간병인 3만4천930명이 등록돼 있었다.
이 중 81.3%가 여성이었고, 51.3%는 중졸 이하의 학력 수준이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63.0%, 70대 이상 25.4%, 50대 17.6%였고 내국인과 외국인 비율은 54대 46이었다.
간병인들은 주로 간병인협회 등이 고용을 주선하는 외주로 일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경도요양병원은 직접 고용은 아니지만 간병 인력 수급이 안정적이라 근무 기간이 비교적 길고 숙련도도 높은 편이지만, 다수 병원은 수급이 불안정하고 외국인 비율이 높다고 한다.
또한 환자의 대소변을 치우는 등 업무 강도가 높은 데 비해 급여·처우가 낮은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병원 간병인들은 "일이 고되지만 병원 환경이 좋고 환자들을 돌보는 보람이 크다"고 만족감을 표하면서도 급여와 휴가 등 간병인의 처우는 개선되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요양병원 측은 정부가 제시한 '4인실(간병인 1명당 환자 4명)·간병인 3교대' 기본 모델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4인실·3교대는 휴게시간과 최저임금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은 간병인을 고용해야 해서 간병 총 비용이 높아지고, 건보 급여를 적용하더라도 환자의 본인 부담 경감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요양병원 측 지적이다.
병원들이 기존 6인실을 4인실로 개조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 이사장은 의료재단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원, 요양병원, 요양원을 동시 운영한 결과를 바탕으로 6인실·3교대로 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임선재 요양병원협회장은 "초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데 건보 급여화 대상 요양병원을 500개로 한정하면 환자 입장에선 접근성에 제한이 생긴다"며 "또 병원 구조조정과 이에 따른 일부 인력 해고 등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다.
복지부는 현장 간담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수렴한 뒤 "현장 자율성과 유연성이 적용되도록 제도를 구체 설계하겠다"며 "간병 인력 표준 지침도 만들어 병원이 관리·감독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shiny@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