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함대 구상' 트럼프 "한화와 새 프리깃함 사업"…마스가 탄력(종합)

연합뉴스 2025-12-23 11:00:04

"필라델피아 조선소 다시 문열어 해군·민간회사 협력…우린 당장 필요"

'트럼프급' 대형전함 재도입해 '황금함대' 구축…"새 항모도 3척 건조중"

'황금함대'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축 구상을 발표하면서 신예 프리깃함(호위함)들이 한화와의 협력 아래 건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가 올해 두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한국의 대미 조선업 투자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내년부터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주 해군은 새로운 급의 프리깃함(건조 계획)을 발표했다"며 "그들은 한국의 회사와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사가 "한화라는 좋은 회사"라고 소개하며 "(한화가) 필라델피아 해군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7조4천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곳은 위대한 조선소였다"며 "오래전 폐쇄됐지만, 다시 문을 열어 미 해군 및 민간 회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한화가 인수한 필리 조선소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미 해군이 한화의 도움을 얻어 새로 도입하려는 프리깃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발표한 '황금함대'에 편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함정이 "지금 당장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인 한화의 협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에서 도입하려던 프리깃함 사업이 지연되자 한국의 신속한 선박 건조 능력에 눈을 돌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황금함대의 특징은 냉전시대 이후 퇴장한 '거대 전함(Battle Ship)'의 재도입이다.

전함의 함포가 공격 반경 측면에서 항공모함 함재기와 구축함의 미사일에 밀려나면서 육중한 전함 건조는 1994년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함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배수량 약 9천500t)이다.

황금함대는 3만~4만t의 "가장 크고, 가장 견고하며, 가장 중무장한 함정"을 기함으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여기에는 함포뿐 아니라 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전자기 레일건, 고출력 레이저, 그리고 핵무기(핵탄두를 실은 해상발사 크루즈 미사일)까지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함정들을 미국에서 건조한다. 해군이 민간 기업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며 "다음주에 나는 주요 방산 업체들과 만나 생산 일정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트럼프급' 전함은 일단 2척을 먼저 건조하고, 궁극적으로는 20~25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첫 트럼프급 전함의 이름은 'USS 디파이언트(Defiant·도전 또는 반항의 의미)'로 정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은 소개했다.

또 대형 항공모함 3척을 건조 중이며, 잠수함도 12~15척 건조 중이거나 건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하루 평균 4척 이상의 선박(군함)을 건조했다"며 "그런 능력을 우리가 잃게 된 것은 비극이며, 우리는 조선 능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여한 이번 황금함대 구상은 날로 커지는 중국의 해군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차세대 방공 시스템인 '골든 돔'처럼 황금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반영해 명명됐다고 한다.

또 새롭게 건조될 대형 전함을 '트럼프급'으로 명명한 것은 최근 워싱턴DC의 상징적 공연장 '케네디센터'의 명칭을 '트럼프-케네디센터'로 변경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을 보여주는 일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에 발표될 새 함대는 노후화한 기존 함대를 대체하기 위해 웅장한 규모와 외관에만 치우친 나머지 비용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마크 몽고메리 전 해군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새 호위함의 경우 수직발사 시스템이나 이지스 방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해 "전술적 활용도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황금함대의 전함 건조에 한 척당 50억 달러(약 7조4천억원)가 든다면서 '전함이 멋있어 보이는 배'라는 대통령의 비주얼 중시 기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