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FA 도입 판결 50주년…전 세계 프로스포츠 대변혁 물꼬

연합뉴스 2025-12-23 09:00:05

자유계약권리 인정해 선수 연봉 크게 상승…타 종목도 줄줄이 FA 제도 채택

MLB 선수들의 자유 이적 권리를 판결한 조정위원 피터 자이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전 세계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대우와 위상에 영향을 미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자유계약선수(FA) 제도는 1975년 12월 23일 조정위원 피터 자이츠가 내린 65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으로 시작됐다.

AP통신은 "50년 전 오늘, MLB FA 도입을 위한 판결이 나왔다"며 23일 이를 조명했다.

MLB는 리그 초창기인 1880년대 구단의 독점계약권리인 보류권 제도를 만들어 이를 100년 가까이 유지했다.

선수들은 소속 구단과 시즌 개막 전까지 계약하지 못하면, 보류권 제도 때문에 다른 팀으로 이적할 수 없었고 계약은 1년 자동 연장됐다.

불합리한 계약 환경은 1969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뛰던 흑인 외야수 커트 플러드의 이의 제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인트루이스는 1969년 플러드를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했다.

이에 플러드는 인종차별 문화가 심한 필라델피아로 이적하지 않겠다고 법정 싸움을 벌였다.

플러드는 이 과정에서 보류권 제도의 불합리함을 강조하면서 자유계약권리를 주장했다.

플러드는 대법원까지 가는 분쟁 속에 패소했으나 이 사건은 MLB에 큰 영향을 미쳤다.

법정 싸움 과정을 지켜본 많은 선수가 자유계약권리를 법적으로 강하게 제기했다.

그리고 1975년 투수 데이브 맥널리와 앤디 매서스미스가 소송 끝에 구단 이적의 자유를 법적으로 인정받았다.

조정위원인 자이츠는 판결문을 통해 두 선수의 자유계약권리를 인정했고, 1976년 미국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이 결정을 확정했다.

이를 근거로 1976년 7월 MLB 선수노조와 구단은 단체협약을 통해 FA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선수들은 한 팀에서 6시즌을 뛰면 자유롭게 구단을 옮길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의 대우는 크게 달라졌다.

AP에 따르면, 1975년 MLB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4만4천676달러(약 6천600만원), 현재 물가 가치로 26만909달러(3억8천600만원)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2025년엔 약 500만달러(74억원)로 치솟았다.

MLB FA 제도는 전 세계 프로스포츠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AP는 "1975년 판결로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농구(NBA), 유럽 축구 선수 이적 규정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후발 주자인 한국프로야구는 1999년 2월 10일 구단주 총회에서 FA 제도 도입을 승인했고, 그해 11월 송진우가 한화 이글스와 계약기간 3년, 7억원에 도장 찍으며 프로야구 FA 1호 계약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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