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선 선임기자 = 지난해 10월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뒤 서점에는 그의 책을 찾는 독자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곧바로 베스트셀러도 차지했다. 국내 양대 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에서 연간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꼽혔다. 10위 안에 그의 작품 절반이 들어갔다. 그의 작품세계가 해외에서 갑자기 관심을 받은 건 아니었지만, 노벨상 시즌에 많은 이들이 가졌던 기대가 현실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1년이 지나 국내 양대 서점이 이달 초 발표한 연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1위는 같은 작품이었다. 2년 연속으로, 흔치 않은 일이다. 올해 베스트셀러 순위에선 작가 1명만 독주한 게 아니다. 10위 안에 든 한국 소설이 1년 전보다 다양해졌다. 교보문고의 경우 양귀자, 성해나, 정대건 등의 작품이 들어갔다. 예스24의 100위권 안에는 소설과 시, 희곡 장르 21권이 포함됐다. 소설의 약진, 문학의 강세라는 평가가 나왔다. 젊은 독자의 구매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양한 분야의 도서가 경쟁을 벌이는 출판계에서 눈여겨볼 만한 현상이다.

소설 판매량이 늘었다는 통계도 있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유통통합전산망 통계에선 올해 1~8월 소설 판매량이 564만권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4% 늘었다고 한다. 한국 문학 작품의 해외 판매량도 늘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번역·출판 지원을 받은 한국 문학 도서의 해외 판매량이 2024년 한 해 동안 120만부로, 전년(52만부) 대비 130%가량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평균 도서당 판매량이 1천271부였는데, 번역원 통계로는 가장 많았다. 한강 작가의 작품만 조명받은 게 아니다. 정보라, 박상영 등의 작품은 3년 연속 4천부 이상 판매됐다.
문학은 과거부터 번역의 중요성이 강조됐던 분야다. 한국문학번역원은 7월 '포스트 노벨 시대 한국문학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글로벌 문학 포럼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해외에서 한국 문학 연구의 활성화, 체계적인 번역 과정과 지원 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2026년도 업무보고에서 K컬처의 뿌리인 문학, 미술, 공연 등 기초예술의 지속 가능한 창작 여건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학의 경우 도서관과 문학관, 서점 등의 상주작가를 76명에서 102명으로 확대하고 해외 번역과 출판, 홍보 등에 대한 지원도 99억원에서 내년 206억원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문학의 사전적 의미는 사상이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한 예술이다. 숫자로만 따질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때로는 문학의 힘이 이전보다 쇠퇴했다는 시각도 과거에 있었다. 하지만, 이야기와 문체, 메시지 등이 갖는 힘이 있고 독자들도 이를 갈구한다. 문학의 다양한 영향력이 더욱 발휘될 수 있도록 다른 기초 예술과 함께 세심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내년에 그려질 한국 문학의 지형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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