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청년층 해외 이탈에 우려…"국가 재건은 어떻게"

연합뉴스 2025-12-23 00:00:36

18∼22세 남성 출국제한 해제 후 젊은 직원 퇴사 증가

인구구조 영향까지 우려할 수준…"18∼22세 3분의1 국외로"

훈련중인 우크라이나 신병들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정부가 18∼22세 남성 출국금지를 해제한 뒤 외국으로 떠나는 청년이 급증하면서 군과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18∼60세 남성은 특별 허가 없이 출국하지 못하게 했다.

이후 올해 8월 말 18∼22세 남성에 대해 출입국 절차를 개정했다. 청년층에게 더 많은 해외 유학 기회를 제공하고, 이미 해외에 거주 중인 우크라이나인에겐 자유롭게 고국을 왕래하게 함으로써 고국과 유대를 유지하게 한다는 명분이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청년들의 대량 이탈이 촉발됐다.

미국 온라인 매체 폴리티코가 확보한 폴란드 국경 당국 통계에 따르면 9∼10월 총 9만8천500명의 우크라이나 청년이 국경을 넘었다. 올해 1∼8월 출국한 4만3천500명의 배 수준이다.

독일 내무부 통계상으로도 18∼22세 우크라이나 청년의 입국자 수는 8월 중순 주당 100여명에서 9월 중순 이후 1천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에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지난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독일에 입국하는 청년 피란민을 줄여달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청년들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떠나려는 동기는 다양하다.

수도 키이우에 사는 학생 다니일(18)은 최근 친구 2명이 "더 나은 기회와 같은 직업이라도 더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나라를 떠났다"고 말했다.

청년 이탈은 이미 25∼60세 남성의 징집으로 노동력 부족을 겪는 우크라이나 기업에 더 큰 부담이 됐다.

우크라이나 채용 플랫폼 로보타가 이달 3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기업의 71%가 8월 이후 젊은 직원의 퇴사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군인들 사이에서는 군 동원 능력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결정'이라는 격분이 나오기도 했다.

야당 홀로스 소속 세르히 라흐마닌 의원은 출국 완화가 국가 동원 능력뿐 아니라 인구 구조에 미칠 영향을 더 우려했다. 그는 지난달 현지 매체에 "우리는 돌아오지 않을 한 세대를 해외로 내몰았다"며 "이는 군대에 대한 손실이 아니라 경제에 대한 손실"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련 붕괴로 독립한 이후부터 인구가 감소세였지만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수백만 명이 고국을 떠나면서 이 현상이 급격히 악화했다.

2022년 2월 약 4천200만명이던 인구는 우크라이나 인구연구소 집계상 3천600만명으로 줄었고, 그나마 상당수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연구소는 우크라이나 인구가 2051년까지 2천500만명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라흐마닌 의원은 "(전쟁 이후) 국가 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보수적인 추정치에 따르면 이 연령대의 최소 3분의 1이 국외로 떠났다"며 "돌아오는 이가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우크라이나의 미래 과제 중 하나는 해외로 피란한 약 500만명을 귀국시켜 경제를 재건하는 일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전쟁이 어떻게 끝나느냐에 달려있다.

18세가 되기 직전 고국을 떠나 오스트리아에 정착한 티무르 루모마노우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고, 평화가 찾아온다 해도 러시아는 여전히 위협이 될 것"이라며 귀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우크라이나에서는 유럽보다 그게 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 정착한 드미트로 크냐지우크의 고민도 비슷하다. 그는 "폴란드를 좋아하지만 우크라이나에 살기를 더 선호한다. 그곳이 내 고향이기 때문"이라면서도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고 주저했다.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