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 세자 이강 역…"전역 후 새 이미지 보여주고팠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겉모습은 푸른 곤룡포를 차려입은 왕세자지만, 입에서는 걸쭉한 사투리가 쏟아져 나온다. 조금 전 근엄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팔자 눈썹을 축 늘어뜨린 채 울상을 짓기도 한다.
MBC 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이하 이강달)에 등장하는 세자 이강(강태오 분)은 마치 두 얼굴의 사나이처럼 상반된 모습을 수시로 보여줬다. 극 중 이강과 부보상 박달(김세정)의 영혼이 뒤바뀐 탓이다.
이 때문에 강태오는 어떨 때는 근엄한 왕세자 같은 모습을, 또 어떨 때는 활달한 저잣거리 여자 상인의 영혼을 표현해야 했다.
이처럼 '남녀 영혼 체인지'라는 까다로운 연기를 해낸 배우 강태오를 1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영혼이 뒤바뀐 주인공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며 "세정이에게 대사를 읽어달라고 하고, 영어 공부를 하듯이 녹음본을 계속 따라 읽었다. 억양과 박자감을 다 외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말투뿐만 아니라 몸짓도 다르게 표현했다.
강태오는 "세정이가 생각을 할 때 습관적으로 눈을 굴리길래 저도 (영혼이 바뀐 것을 표현할 때) 적용했다. 조선시대 여자들은 치마를 입으니 뛸 때도 도포라도 잡고 뛰는 동작을 넣었다"고 말했다.
이어 "망건은 원래 눈썹에 맞춰 써야 하지만 달이 영혼이 들어왔을 때는 망건도 높게 두고, 갓을 살짝 들어 올려서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려고 했다"고 세심한 연기 포인트를 알려줬다.
나중에는 달이 연기가 자연스러워지면서 오히려 이강 연기로 돌아가는 것이 헷갈렸다고도 했다.
그는 "마지막에는 강이 몸에 달이 영혼이 들어온 연기가 더 편해지더라"며 "강이를 연기해야 하는데 갑자기 사투리가 튀어나왔다"고 덧붙였다.

강태오는 2013년 웹드라마 '방과 후 복불복'으로 데뷔했으며, '조선로코 - 녹두전'(2019), '런온'(2020),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2021)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해왔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역할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속 다정한 로펌 송무팀 직원 이준호다.
큰 사랑을 받았지만, 곧장 입대해야 했기 때문에 인기를 얻자마자 3년간의 공백기가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이 아쉽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소속사에서는 많이 아쉬워했지만, 저는 (사랑을 받아서) 괜찮았다"며 "또 덕분에 전역 후에도 작품이 끊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전역 전과는 다른 역할을 맡아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강태오는 "전역하고서 이전과 상반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준호가 다정한 이미지였기에, 전역 후 첫 역할로는 차갑고 딱딱한 '감자연구소' 소백호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사극을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며 "6년 전 '녹두전' 속 차율무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으셔서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있었지만, 예전 영상 모음 속 제 모습을 다시 찾아보면서 준비했다"고 웃었다.
계속 새로운 역할로 도전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번에 '이강달'에서 액션 연습을 조금 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액션 장르를 해보면 저도 모르는 새로운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요? 스릴러나 어두운 멜로 등 여태껏 해보지 못한 장르에서의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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