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톨릭 지도자 "트럼프 이민정책, 광범위한 공포 조장"

연합뉴스 2025-12-22 19:00:05

코클리 대주교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그들에게 관대해져야"

폴 코클리 대주교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미국의 가톨릭 고위 성직자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이 미국 사회에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민자들에게 관대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가톨릭주교회의(USCCB) 의장인 폴 코클리 오클라호마시티 대주교는 21일(현지시간) C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전국적으로 추진하는 이민자 추방정책이 대해 "광범위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클리 대주교는 "우리는 모두 무작위적인 추방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 권리가 있다"며 정부가 "사람들을 존중하고 정당한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민자가 많은 지역사회에서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지난달 가톨릭 주교들이 이민정책에 대한 한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클리 대주교는 이어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라며 "사람들은 고국에 머무를 권리가 있지만, 고국의 상황이 안전하지 않을 경우에는 평화와 안정을 찾아 이주하는 것도 허용돼야 한다.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데 더 관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의 가톨릭 주교들은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추방 정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주교들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대량 추방하는 것을 반대한다"며 "이민자와 법 집행기관을 향한 비인간적인 수사와 폭력이 종식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천주교 성직자들이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 입장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미 이민당국의 불법 이민자 체포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코클리 대주교는 교계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으로 평가되는 인물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1월에도 "오클라호마에 거주하는 불법체류 이민자의 대다수는 폭력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교회의 모범적인 구성원"이라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코클리 대주교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나 JD 밴스 부통령을 만나지는 못했다면서 그들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고 표현해온 밴스 부통령처럼 강경한 이민정책이 원했던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신자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며 "모든 사람을 존엄하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