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혁신 주문한 재계 총수들…연말연시 경영 '고삐'

연합뉴스 2025-12-22 18:00:04

이재용, 반도체 사업장서 미래전략 점검…구광모, '혁신·집중' 신년사

최태원, AI주도권·운영효율화 구상…정의선, 로보틱스 등 미래비전 준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김보경 임성호 기자 =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연말연시를 맞아 현장을 찾아 기술 혁신을 강조하는 등 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산업 환경 변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발 빠르고 적극적인 행보로 내년 경영 준비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반도체 R&D센터 살펴보는 이재용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날 기흥과 화성 반도체 캠퍼스를 잇따라 방문해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오전에는 기흥캠퍼스에 위치한 DS부문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NRD-K'를 찾아 차세대 R&D 시설과 제품 및 기술 경쟁력을 확인했다.

오후에는 화성캠퍼스를 방문, AI 기술을 활용한 제조 자동화 시스템 구축 상황을 살펴봤다.

이 회장은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 등 반도체 사업 주요 경영진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산업 트렌드와 미래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또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해 최첨단 반도체 제품 사업화에 기여한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장의 의견을 경청했다. 이 회장은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말했다.

2026년 신년사 전하는 구광모 LG 대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이날 국내외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통해 2026년 신년사 영상을 보냈다.

LG는 구성원들이 차분히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도록 2022년부터 연초가 아닌 연말에 신년사를 전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변곡점에 서 있다"고 한 구 회장의 핵심 메시지는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혁신과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치열함이었다.

구 회장은 "우리의 노력 못지않게 세상의 변화도 더 빨라지고 있다"며 "기술의 패러다임과 경쟁의 룰은 바뀌고 고객의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성공방식을 넘어 새로운 혁신으로 도약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핵심 가치를 명확히 할 때 비로소 혁신의 방향성을 세우고 힘을 모을 수 있다"며 "선택한 그곳에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수준까지 파고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사말하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연말연시 외부 행보 대신 차분히 새해 경영 구상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첫 일정격으로 참석했던 미국 가전·IT 전시회 CES에도 이번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대신 최 회장은 그룹이 AI 시대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경영진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

또한 운영개선을 지속 추진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그룹은 지난달 새로 진용을 갖춘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CEO세미나를 열어 그룹 차원의 AI 실행력 강화에 나섰다.

그룹 멤버사들은 최근 AI 관련 조직을 출범하는 등 조직 개편도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 실행 방향을 담은 최 회장의 신년사는 다음 달 1일 공개될 예정이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 발언하는 정의선 회장

4대 그룹 중 가장 늦은 12월 중순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한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으로 내년 경영전략을 실행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그룹 R&D 및 미래사업 수장들이 대거 교체된만큼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성장전략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정의선 회장은 공식적인 신년행사는 열지 않고, 내년 업무일이 시작되는 다음 달 5일 신년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년사에서 정 회장은 관세 이슈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한 해를 되짚으며 임직원을 격려하고, 새해 더욱 치열해질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경쟁 속 생존 전략에 대한 메시지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로보틱스 등 그룹의 미래 비전에 대한 내용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영사 하는 정기선 HD현대 회장

지난 10월 회장 자리에 오른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연말 별다른 일정 없이 주력 사업의 경쟁력 유지와 경영 안정에 집중하며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 등 핵심사업의 미래 전략을 살필 계획이다.

특히 조선업은 최근 경쟁국의 거센 추격과 발주 둔화 움직임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마스가'로 대표되는 미국 조선업 재건이라는 새 기회와 친환경 선박 수요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시장 공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건설기계와 에너지 분야 역시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점검할 전망이다.

또 AI와 로봇 등 신기술의 산업 적용과 관련한 논의도 지속한다. 이를 통해 기존 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