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없는 방에서 탈출한듯"…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석방 소감

연합뉴스 2025-12-22 17:00:14

비알리아츠키, 벨라루스에서 4년5개월만 수감생활 끝에 석방

"눈 가리고 밀가루 포대처럼 실어서 국경 너머로 운송"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공기가 없는 방에서 탈출한 것과 같다. 산소에 너무나 취해서 곧바로 머리가 핑 돌기 시작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22일자에 실린 인터뷰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3)가 밝힌 석방 소감이다.

벨라루스 정치범 인권운동단체 '뱌스나 인권센터'의 창립자인 그는 2021년 7월에 체포된 후 "밀수"와 "공공질서 문란에 대한 자금지원" 등 죄목으로 10년형을 받았으며, 수감생활 도중인 2022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다.

비알리아츠키는 체포 4년 5개월여만인 지난 13일 석방됐으며, 엿새 후인 19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NYT와 인터뷰를 했다.

석방 직전에 그는 눈이 가려진 채 차에 태워져 벨라루스와 리투아니아 사이의 국경지대로 옮겨졌다고 회고했다.

비알리아츠키는 "그들은 나를 마치 밀가루 포대처럼 실어서 국경 너머로 운송했다"며 "판매되는 상품"처럼 취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벨라루스 동부의 호르키 시에 있는 '제9호 유형지'의 목공소에서 하루 8시간 동안 목재 조각을 옮기는 일 등 육체노동을 했다.

그는 "내 나이를 감안하면 육체적으로 힘겨웠다"며 "일과가 끝나면 내 혀가 어깨에 닿았다"(녹초가 됐다는 뜻)고 말했다.

그는 정맥에 문제가 있어서 다리가 심각하게 붓는 바람에 2년 넘게 장화에 발을 끼워넣기가 힘들 정도였다며, 유형지 당국이 그가 다리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1년 넘게 걸렸다고 회고했다.

비알리아츠키가 받는 쥐꼬리만한 월급 중 50%는 수감 비용으로 공제됐고 25%는 형 선고 때 부과된 벌금 8만2천 달러(1억2천만 원)를 지불하는 비용으로 공제돼, 그가 한 달간 일의 대가로 받는 돈은 10~15달러 사이였다.

목공소 일이 힘들긴 했지만 독방에 갇히는 것보다는 나았다고 그는 회고했다.

알레스 비알리아츠키

그는 6개월을 보낸 독방을 "감옥 속의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그 독방은 난방은 됐지만 창문이 부서져 있어 폴리에틸렌으로 가려져 있었으며, 여기 곰팡이가 자라서 마치 공기가 안 통하는 지하실 같은 느낌이 났다고 비알리아츠키는 회고했다.

독방 생활을 했을 때는 하루에 20분간만 산책이 허용됐다.

교도관들은 또 면도 상태가 부실하다거나 산책을 할 때 따로 걸었다거나 하는 이유를 대가며 그를 매우 추운 징벌방으로 보낼 때도 있었다.

당시 징벌방 경험에 대해 비알리아츠키는 "15분 잠들었다가 너무나 추워서 벌벌 떨면서 깨어나곤 했다"며 "체온을 유지하려고 운동을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새벽 5시가 되면 침대가 접혀서 벽에 끈으로 고정됐고, 잠을 자고 있지 않을 때는 누워 있는 것이 금지됐기 때문에 차디찬 철제 벤치에 앉아 있어야만 했다.

비알리아츠키는 직접 얻어맞는 일은 없었다면서 자신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였던 덕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편지를 주고받거나 가족 방문이나 필수 의약품을 담은 소포를 받거나 하는 일을 교도관들이 금지한 경우가 많았다.

부인 면회도 3년여간 금지됐다.

또 수감 마지막 1년간은 검열이 심해 비알리아츠키가 부인으로부터 받은 편지는 한 통밖에 없었고, 부인은 그가 보낸 편지를 단 한 통도 받지 못했다.

비알리아츠키는 1991년 소련 해체로 벨라루스가 독립한 이래 계속 집권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을 유럽연합(EU)이 결코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