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학교서 타지키스탄 출신 10대, 상급생 흉기에 사망

연합뉴스 2025-12-22 15:00:22

지난 4월 키르기스스탄 학생도 피살…"신나치즘 확산 속 사건 발생"

모스크바서 거리 포장하는 이주 노동자들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러시아의 한 학교에서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출신 10대 학생이 상급생 흉기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2일 키르기스스탄 매체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TCA) 등에 따르면 타지키스탄 출신 학생인 코빌존 알리예프(10)는 지난 16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약 24km 떨어진 모스크바주 오딘초보 지역의 한 학교에서 상급생 티모페이 쿨랴모프(15)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목격자들은 쿨랴모프가 범행 전 알리예프의 국적이 어딘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쿨랴모프는 범행 당일 "어떠한 목숨도 중요하지 않다"(No lives matter)는 문구 등 대량학살을 일컫는 구호들이 적힌 셔츠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범행 후 한 경비원과 다른 학생들도 공격하다가 체포됐다.

그는 범행 이전에 다른 급우들의 국적을 묻고 그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했으며 해당 기록을 소셜미디어 텔레그램에 공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러시아 외무부는 깊은 애도를 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주재 타지키스탄 대사관에 즉각적인 지원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타지키스탄 대사관이 러시아 측에 객관적인 사건 조사를 요청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다만 러시아 당국은 이번 범죄가 외국인 혐오범죄에 해당하는지 확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예프 가족은 4년 전 타지키스탄에서 러시아로 이주했다.

그의 아버지는 7년 전 작고했고 어머니는 러시아로 이주한 뒤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며 3자녀를 양육해왔다.

알리예프의 주검은 본국으로 옮겨져 지난 18일 장례식이 치러졌다.

러시아에서는 최근에도 중앙아시아 출신 학생이 학교에서 살해된 적이 있다.

지난 4월 모스크바주 네크라소프스키의 한 학교에서 키르기스스탄 출신 9세 학생이 14세 학생의 흉기에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했다.

알리예프의 피살 소식이 알려지자 타지키스탄 등지에서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고 TCA는 전했다.

무함마드 샴수디노프 타지크 정치분석가는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알리예프는 러시아 정계와 법집행 당국, 국영 매체 등에서 이뤄지는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차별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우즈베키스탄 언론협회 감사회 회장인 셰르조드콘 쿠드라트쿠자는 국적을 이유로 살해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러시아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교에서 타인에 대한 관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러시아 젊은이들 사이에 신나치즘이 번지는 가운데 일어났다고 짚었다.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