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나부코' 40년 만에 공연…현대화한 서울굿 '무감서기'

연합뉴스 2025-12-22 15:00:20

세종문화회관, 내년 신작 10편 선보여…정명훈, KBS교향악단과 마지막 레퍼토리

한스 판 마넨 대표작 엮은 작품도…안호상 "새로운 예술의 표준 만들 것"

질문에 답하는 안호상 사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세종문화회관이 내년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나부코'를 40년 만에 재공연한다.

'서울굿'을 현대적 감각의 안무로 풀어낸 신작 '무감서기'도 세종문화회관의 내년 무대를 달굴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S씨어터에서 '2026 세종문화회관 사업 설명회'를 열고 '나부코'와 '무감서기' 등 산하 서울시예술단이 내년에 선보일 주요 공연을 소개했다.

발표하는 박혜진 단장

서울시오페라단이 40년 만에 선보이는 '나부코'는 성서 속 바빌로니아 왕국의 거대한 서사를 담은 작품이다. 치열한 왕위 쟁탈과 권력 다툼을 압도적인 무대 스케일로 보여준다. 4월 9∼12일 세종대극장에서 공연하며 양준모, 서선영, 최지은, 전승현, 임채준 등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자유와 신념을 노래하는 장엄한 합창과 극적인 전개로 오페라 특유의 스케일과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전 세계가 사랑하는 명장면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통해 모두가 함께하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 재공연을 결정했다"며 "마치 오페라판 '왕좌의 게임'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발표하는 윤혜정 단장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무감서기'는 한국 전통 굿 중 가장 찬란한 안무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서울굿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굿 속에 담긴 인간의 불안과 고뇌를 어루만지고, 평안과 안녕을 비는 마음을 놀이로 승화했다. 9월 10∼13일 세종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서울굿을 영화 같은 영상미와 음악과 결합해 한국 춤이 지닌 정서적 울림을 새롭게 확장할 공연"이라며 "전통이 지닌 장엄함과 생동감을 현대 안무로 승화시켜 관객에게 치유와 사색의 시간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이 5월 15∼17일 세종M씨어터에서 선보이는 '대나무 숲 속에서'(In the Bamboo Forest)도 기대되는 작품이다.

안무가 강효형과 음악가 박다울이 협업한 작품으로, 대나무의 생명력과 정화의 이미지를 현대 발레 언어로 풀어냈다. 굳건함과 유연함, 비움과 끊임없는 생명력을 무용수들의 움직임으로 그려낸다.

공석인 서울시발레단장을 대신해 작품 소개에 나선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세종문화회관이 2026년에 가장 기대하는 '올해의 작품' 중 하나"라며 "관객은 대나무 숲속을 거니는 듯한 정화와 치유의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문화회관 2026 사업발표회

지난 17일 별세한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만나보는 공연도 준비했다.

서울시발레단은 11월 19∼22일 세종M씨어터에서 마넨의 '캄머발레'와 '5 탱코스', '그로세 푸게'를 묶어서 선보이는 '트리플 빌 올 포 한스 판 마넨'을 공연한다. 고전 발레 기법과 현대적인 움직임을 융합해 간결하고 추상적인 스타일의 발레를 선보여 '발레계 몬드리안'으로도 불리는 마넨의 미학을 온전하게 경험해보는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문화회관은 이외에도 영국 런던 햄스테드 극장에서 초연해 호평받은 로이드 말콤의 심리 스릴러극 '말벌'(THE WASP)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트라우마와 계급, 폭력의 기억이 현재를 잠식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3월 8일부터 4월 26일까지 세종S씨어터에서 공연한다.

또 2027년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는 정명훈이 10월 4일 세종대극장에서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마지막 오케스트라 레퍼토리 공연을 펼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협연자로 나선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들 작품을 포함해 내년 17편의 레퍼토리 작품과 10편의 신작 등 총 27편을 226회 공연으로 선보인다.

안호상 사장은 "전 세계가 서울 시민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궁금해할 정도로 서울이 세계 예술의 중심지로 다가가고 있다"며 "세종문화회관이 새로운 예술의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내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문에 답하는 안호상 사장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