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성장률 올해보다 하향 전망…"부동산 하락·노동시장 불안정 등 소비심리 제약"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한국은행은 내년 중국 경제가 올해보다 다소 낮은 '4% 중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중국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은행은 "2026년 중국 경제는 미중 관계가 여전히 긴장 국면을 유지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 등에 힘입어 4% 중반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중국은 내수·부동산 침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설정했다.
당국의 유동성 공급과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하는 정책) 등 내수 지원책, '과잉 생산' 우려를 낳은 국내 산업 저가 출혈 경쟁, 미중 관세 전쟁에도 늘어난 수출 등이 맞물리면서 3분기까지의 경제성장률은 5.2%로 올해 목표 달성에 근접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달 들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주요 국제기관의 내년 중국 성장률 전망은 올해보다 낮아진 경향이 뚜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5.0%로 예상했으나 내년에는 4.5%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는 5.0% 성장하겠지만 내년에는 4.4% 성장률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중국 경제가 4.9% 성장할 것이라고 본 세계은행은 내년 전망치를 4.4%로 설정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올해 성장률 4.8%와 내년 성장률 4.3%를 예상치로 발표했다.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8곳도 중국 경제가 올해는 4.9%, 내년에는 4.5% 성장률을 보이겠다며 일정한 둔화를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중국이 소비(내수)를 내년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보조금과 증시 부양 등 내수 확대 정책으로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완만한 소비 증가세가 있겠지만, 전반적인 소비 여건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고 짚었다.
부동산 가격 하락과 낮은 소득 전망,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무역정책의 불확실성 등 소비 심리 제약 요인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중국이 내수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정책 완화 기조를 천명했으나, 올해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소비 보조금의 배분 방식·시기·대상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금이 가계 소비를 늘리기보다 업체 간의 고질적인 출혈 경쟁을 심화하는 악영향을 초래하는 문제와 지방정부 재정 건전성 악화 등 구조적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중국 부동산 둔화에 관해서는 "부동산 시장 부진 심화, 유효수요 부족, 고용 및 임금 전망 불확실성 등이 부동산 경기 회복을 크게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공급량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 기대를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추가 정책 도입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관세 전쟁에도 호조를 보이며 올해 중국 경제를 이끈 수출은 내년에 상승세가 다소 꺾일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은행은 내다봤다.
미국과의 통상 관계에서 '관리 가능한 긴장 상태'가 향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올해 미중이 고율 관세와 무역 보복을 주고받던 상반기에 나타난 불확실성에 대응한 선수출(front-loading) 효과가 내년에는 크게 약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글로벌 수요 부진에 따른 중국의 수출 둔화와 내수 여건 개선으로 인한 수입 증가가 겹치면서 내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xing@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