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월가 전문가 "관세 여파 美물가 급등 충격 없을 것"

연합뉴스 2025-12-22 08:00:07

위즈덤트리 플래너건 "美 경제 내년 2%대 성장 전망"

"AI, 현단계서 거품 상황 아냐…AI 투자 내년에도 경제성장 지지"

위즈덤트리 자산운용의 케빈 플래너건 채권전략팀장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국 월가의 채권 전략 전문가인 위즈덤트리 자산운용의 케빈 플래너건 채권전략팀장은 내년도 미국 경제가 소비와 투자에 힘입어 경기침체 진입 없이 2%대의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 목표 수준을 지속해서 웃돌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세 정책 여파로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는 충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플래너건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한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전망 및 시장 위험요인에 대해 이처럼 진단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위즈덤트리는 총운용자산 1천420억 달러(약 210조원·12월 19일 기준)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전문 자산운용사다.

플래너건은 위즈덤트리에 합류하기 전 모건스탠리에서 30년간 근무한 채권 전략 전문가다.

플래너건은 2026년도 미국 경제에 대해 "현 상태 유지에 가깝다는 게 기본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경제가 2∼3% 혹은 약 2.5% 성장하고, 인플레이션이 급등하지는 않지만 연준의 2% 목표 수준 위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플래너건의 전망은 연준이 지난 10일 경제전망(SEP)에서 공개한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2.3%) 및 인플레이션 전망치(2.4%)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다.

미 로스앤젤레스항의 컨테이너

그는 관세 정책의 물가 영향에 대해 "만약 상당한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었다면 이미 봤을 것"이라며 "앞으로 좀 더 완만한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크게 밀어 올리는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묻는다면 기본 전망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진단했다.

내년도 연준의 기준금리는 3.0∼3.5% 범위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2회 안팎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한 것이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금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현 수준과 유사한 4.0∼4.5% 범위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했다.

연방 재정적자 확대 우려가 채권 금리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에 대해선 "채권금리를 움직이는 주요 동인은 경제와 인플레이션, 연준 정책"이라며 "미 재무부가 국채 경매 규모를 변경하지 않는다면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달러화 자산에서 이탈하는 일명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 우려에 대해선 "외국인들이 여전히 미국채를 사고 있다"며 "달러화는 여전히 글로벌 가치저장 수단이고, 금으로의 일부 자금 이동은 봤지만 달러화가 유로화나 다른 통화로 대체될 것으로 보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 둔화 가능성에 대해선 "고용이 순증하고 있고, 평균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웃돌고 있다"며 "이 두 요인이 계속되는 한 소비는 여전히 미국 경제성장의 중요한 동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위스콘신주의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서버

최근 부각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거품 논란과 관련해선 AI 기술과 AI 투자를 구분한 뒤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한 AI 관련 투자는 2026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소비와 함께 전체 경제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I 거품론에 대해선 "현 단계에서 AI에 거품이 있다고 보는 진영에 있지 않다"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본 것과 같은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해서 안 될 것"이라고 말해 AI 투자에 속도 조절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플래내건은 고용이 약화를 지속할 것이란 시장 일반의 예상과 달리 고용 상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경우 채권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플래너건은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좋아진다면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가 줄거나 아예 인하가 없을 수 있다"며 "이는 채권시장의 위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대로 노동시장이 악화할 가능성에 대해선 "만약 노동시장이 단순 냉각이 아니라 악화하면서 실업률이 5%를 넘으면 전체 경제에 위험이 될 것"이라며 "현재로선 그런 상황을 촉발할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