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결혼 후 베트남서 귀화한 임소현 씨, 생계 전선서 한국어 익혀
대구 이주민 지원 기관과 의료원서 활동…멘토 역할 자처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몰라서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계속할 겁니다."
2008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3년여 뒤 귀화한 결혼이주여성인 임소현(39) 씨는 지난 19일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임씨는 대구 중구가족센터와 대구이주여성통역상담소 등에서 베트남 이주민들의 현지 적응을 돕는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임씨는 센터나 상담소를 찾아온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는지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가족과 불화를 겪는 베트남 이주민 여성들과 일대일 상담을 하며 조언을 건네는 등 단순 통역을 넘어선 '멘토' 역할을 수년간 이어오고 있다.
임씨는 "언어와 문화 차이로 가족과 갈등을 겪는 이주 여성이 많은데 중간에서 통역 상담을 통해 도움을 주고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면서 가족 관계가 좋아지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몸이 아픈 베트남인들이 제대로 진료받게 하기 위해 대구의료원에서는 '의료 통역인'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임씨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아프고 우울해하던 이주민들과 함께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치료 후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매우 뿌듯하다"며 "병원 예약, 진료, 치료비 지원 신청 등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봉사를 이어온 탓에 베트남 노동자와 이주민들은 임금체불, 성추행 피해 등 곤란한 상황에 부닥칠 때도 임씨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한다.
임씨의 휴대전화에는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하루 종일 베트남 이주민들의 전화가 걸려 올 정도다.
올해 여름에는 구미 한 공사장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베트남 노동자 친척의 연락을 받아 국제 운구 절차를 알아봐 주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경주 공장에서 기계 폭발로 화상을 입은 베트남 노동자를 위해 수술 동의서에 가족 대신 서명을 했다.

지금은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임씨지만 한국어를 익히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안녕하세요"라는 말 외에는 제대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임씨는 당시 집안 상황상 이주민 지원 센터나 한국어 학원에서 기초부터 한국어를 배울 수가 없었다.
임씨는 3급 장애가 있는 남편과 함께 미성년 자녀 3명을 키우고 있다. 3년여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도 그녀가 부양해야 했다.
생계를 위한 경제 활동과 자녀들 교육을 위해서라도 한국어 구사가 필수인 상황에서 그녀는 실전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임씨는 "빨리 한국어를 익히고 한국 사회에 적응했어야 했기 때문에 각종 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처음에는 포장지 접는 일을 했고 의사소통이 될 즈음에는 식당에서도 일했다"라고 회상했다.
임씨는 "그래서인지 한국어의 깊은 의미까지 아는 데는 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러한 와중에도 임씨는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하는 등 열정적으로 한국 생활을 해나갔다.
중구가족센터가 운영하는 '모두 가족봉사단' 사업에도 참여해 플로깅(길거리 쓰레기 줍기), 연탄 나눔 봉사, 사랑의 빵 만들기 등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임씨는 한국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베트남 이주민들에게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임씨는 "새로운 나라인 한국에 적응해서 살아가려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인들의 삶에 융화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야 한다. 그래야 부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수년간 사실상 '봉사'가 아닌 '노동'에 가까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임씨지만, 앞으로도 베트남 이주민들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활동을 중단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임씨는 "내년에도 이주민들이 안정적으로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한국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주민센터나 여러 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서 찾아오게 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psjpsj@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