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에서 '대세'로…스노보드 최가온 "마음가짐이 성장했죠"

연합뉴스 2025-12-21 12:00:14

월드컵 하프파이프 2개 대회 연속 우승…올림픽 앞두고 '주가 상승'

"'스위치 백텐' 완성도 끌어올리는 중…내년 올림픽서 100% 쏟겠다"

최가온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08년생 여고생 스노보더 최가온(세화여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을 뽐내며 '인생 연기'를 꿈꾸고 있다.

최가온은 20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2025-2026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4.50점을 받아 1위를 차지했다.

12일 중국에서 열린 시즌 첫 대회에 이은 월드컵 2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코퍼마운틴 대회 이후에도 훈련을 이어가고자 미국에 머무는 최가온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한 시즌 두 번 우승은 처음이라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그래도 그동안 준비해온 것이 결과로 나온 것 같고, 무엇보다 부상 없이 제 경기를 잘 마무리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는 반 원통형 슬로프에서 공중회전과 점프 등의 연기를 심판들이 채점해 순위를 정하는 경기로, 숀 화이트, 클로이 김(이상 미국) 등 쟁쟁한 선수들이 겨뤄 온 종목이다.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한 클로이 김이 여자부에서는 최강자로 군림해왔으나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는 최가온이 대세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최가온의 연기 모습

최가온은 만 15세가 채 되지 않은 2023년 1월 세계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이벤트 X게임에서 최연소 기록으로 파이프 종목 우승을 차지하고 같은 해 12월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을 달성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한창 성장세이던 2024년 초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에 출전했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 수술대에 오르기도 한 그는 1년을 꼬박 재활에 매달린 끝에 올해 초 월드컵 무대에 복귀했고, 이번 시즌엔 현재 가장 폼이 좋은 선수로 평가된다.

최가온은 "시즌 초에는 불안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올라와 있다는 느낌이 들고 안정적이라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자평했다.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던 2년 전과 비교해서는 "기술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경기에서의 마음가짐에서 특히 성장했다고 느낀다. 경기에 대한 떨림이 확실히 줄었다"면서 "제 페이스를 유지하는 힘이 생긴 것 같다. 그래도 떨릴 땐 기술에 집중하면 사라지곤 하더라"고 설명했다.

고된 부상 재활 과정을 떠올리면서는 "살면서 가장 큰 부상이었기에 재활도 힘들었지만, 두 번째 수술 이후 한국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삶이 무료하다고 느껴져 '보드를 타야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겠구나' 생각한 게 다시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것 같다"고 전했다.

코퍼마운틴 월드컵 남자부 우승자 야마다 류세이와 기념촬영하는 최가온(왼쪽)

날씨 등 주변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월드컵에서 90점대 고득점 행진을 펼친 그는 "제가 바꿀 수 없는 것 대신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마인드 컨트롤과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긴장감을 줄이려고 했다"면서 "평소 잘 넘어지지 않는 기술에서 넘어지기도 했는데, 안 됐던 부분을 차분히 다시 생각하며 했다"고 되짚었다.

이번 코퍼마운틴 월드컵에선 최가온과 클로이 김의 결선 대결이 성사돼 눈길을 끌었으나 클로이 김이 연습 중 몸이 좋지 않아 경기를 포기하며 불발됐다.

앞서 최가온의 두 차례 월드컵 우승 때는 클로이 김이 불참했기에 최가온으로선 '정면 승부'로 우승에 도전할 기회였던 터라 아쉬움이 남을 법하다.

클로이 김을 롤 모델 삼아 온 최가온은 "클로이 언니가 훈련 중 부상을 입은 것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결선에서 못 만난 것은 아쉬움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서로 가장 컨디션이 좋을 때 더 좋은 모습으로 보고 싶다"면서 "그런 상황이 올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월드 클래스'였던 최가온이 이번 시즌 최정상급의 입지를 굳히며 한국 스키·스노보드는 사상 두 번째 올림픽 메달, 나아가 첫 금메달까지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진 2018년 평창 대회 때 이상호가 속도를 겨루는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딴 것이 한국 스키·스노보드를 통틀어 유일한 올림픽 메달이다.

월드컵 코퍼마운틴 대회에서 우승 차지한 최가온

"진짜 올림픽이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구나 싶다. 다른 때에 비해 관심도 더 받는 것 같고 긴장감도 생긴다"는 최가온은 "처음이라 당연히 기대되고 즐겁고 출전 자체가 의미 있지만,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내려놓고 준비하려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최가온은 최근 월드컵에서 주행 반대 방향으로 공중에 떠올라 두 바퀴 반 회전하는 주 기술 '스위치 백나인'에 성공하며 실전 경쟁력을 확인하고 있다.

여기서 나아가 반 바퀴 더 돌아 세 바퀴 회전을 하는 '스위치 백텐'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여자 선수는 성공한 적이 없는 기술이다.

최가온은 "부상 없이 기본기를 다져 안정적인 경기를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스위치 백텐'도 준비 중이고 완성도를 끌어 올리고 있지만, 우선은 부상이 나오지 않게 최대한 흐름을 이어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미국에서 훈련을 이어가다가 다음 달 초 잠시 귀국할 예정인 최가온은 곧장 스위스로 나가 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담금질을 이어간다.

새해 1월 17일 락스에서 올림픽 전 열리는 마지막 월드컵에 출전한 뒤 2월 초 이탈리아에 입성하는 것이 최가온의 계획이다.

최가온은 "올림픽에서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최고의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노력해온 성과를 다 펼쳐 보이고 싶다"면서 "100%를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