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아그네스' 윤석화 영면…"누구보다 불꽃같은 삶 살았다"(종합)

연합뉴스 2025-12-21 10:00:07

유족·동료 70명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배우 박상원 조사 낭독

대학로서 노제도…길해연 추도사·최정원 추모곡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윤석화 빈소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최주성 기자 = 50년간 배우와 연출가, 제작자로 활동하며 무대 공연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보였던 배우 윤석화의 영결식이 21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교회 예배 형식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족과 동료 예술인 70여명이 참석했다.

유족들은 기도와 찬송으로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인의 안식을 기원했다.

조사는 배우인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낭독했다. 지난 1985년 뮤지컬 '애니'에 출연해 고인을 처음 만났다는 박 이사장은 고인의 열정적인 생애를 기렸다.

그는 "(영결식이) '윤석화 권사 천국환송예배'라는 제목이 연극 같아서 믿어지지 않는다"며 "잠시 후에 어디선가 등장해 대사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화 누나는 누구보다도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누구보다도 솔직했고, 멋졌다"며 "3년간의 투병과 아팠던 기억은 다 버리고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뛰어노시길 기원한다"고 추모했다.

영결식을 마친 유족과 동료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고인이 2002∼2019년 직접 운영했던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현 한예극장)에서 노제를 진행한다.

노제는 고인이 2017∼2020년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주관하며, 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 추도사를 낭독한다.

또 뮤지컬 배우 최정원 등 후배들이 고인이 무대에서 불러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꽃밭에서'를 부를 예정이다. 최정원은 고인이 2003년 제작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 출연한 인연이 있다.

윤석화는 연극을 향한 열정을 불태웠던 대학로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용인공원 아너스톤에서 영원한 안식에 든다.

'1세대 연극 스타' 배우 윤석화 뇌종양 투병 중 별세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뒤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에 출연하며 연극계 스타로 발돋움했다. 연극 외에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1994), '명성황후'(1995),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2018)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쳤다.

고인이 2002년 서울 대학로에 건축가 장윤규와 함께 개관한 정미소는 실험적 연극의 산실이었다. 2019년 만성적인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까지 '19 그리고 80', '위트' 등을 공연하며 신선한 작품들을 소개했다.

'토요일 밤의 열기'를 비롯해 여러 뮤지컬을 직접 연출·제작하기도 했다. 그가 제작에 참여한 '톱 해트'는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1995년 종합엔터테인먼트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만화영화 '홍길동 95'를 제작했고, 1999년에는 경영난을 겪던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네 차례 받았고,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여자연기상, 이해랑 연극상 등도 수상했다. 2005년 대통령표창과 2009년 연극·무용부문 대한민국문화예술상을 받았다.

정부는 연극계 발전에 기여한 고인의 공로를 인정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 중이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