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하고 평범한 모두의 가족…'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연합뉴스 2025-12-21 10:00:06

짐 자무시 감독…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속 한 장면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가족끼리만 알고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비밀이 있는가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만 말하고 가족에게는 숨기는 것들도 있다.

자녀가 장성할수록 가족이 공유하지 않는 이야기는 늘어간다. 걱정시키고 싶지 않거나 간섭받고 싶지 않아서, 또는 좋은 소리 들을 것 같지 않아서 꺼내지 않는 말들이 서로 간에 쌓여간다.

짐 자무시 감독의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는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적어진 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3부작 영화다.

'파더' 편은 혼자 사는 아버지 집을 오랜만에 찾아가는 남매의 이야기를, '마더' 편에서는 1년에 한 번씩 모여 차를 마시는 세 모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시스터·브라더' 편에서는 부모가 사망한 뒤 옛집을 찾아가는 이란성 쌍둥이의 여정이 그려진다.

짐 자무시 감독은 이 작품으로 제82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속 한 장면

'파더' 편에서 에밀리(마임 비아릭)와 제프(애덤 드라이버) 남매는 호숫가 통나무집에 사는 아버지(톰 웨이츠)를 오랜만에 보러 간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만나자마자 얼굴이 좋아 보인다고, 입은 옷이 참 예쁘다고 칭찬을 건넨다. 쓸데없는 말이나 욕설 등 자식들이 싫어할 만한 행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남매와 아버지 사이는 적막하기만 하다. 이들의 대화는 표면상으로는 계속 이어지지만, 들여다보면 알맹이 없이 '대화를 위한 대화'만 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 아버지가 남매에게 소홀했을까, 큰 실수를 했을까 여러 이유를 떠올려 볼 관객들은 곧이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아버지가 고급 가구에 헤진 천을 덧대어 오래된 소파처럼 보이게 한다거나, 잘 정리해뒀던 책을 바닥에 쓰러트려 일부러 정돈되지 않고 곤궁한 척을 한다는 것.

하지만 손목에 찬 롤렉스 시계는 미처 감출 생각을 못 했고, 제프는 짝퉁 시계라는 아버지의 말을 믿지만, 에밀리의 눈은 그의 거짓말을 쉽게 알아챈다.

자식들이 떠난 뒤 아버지는 연극 무대에서 내려온 배우처럼 원래의 삶으로 돌아간다. 근사한 정장으로 갈아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가다듬어 10년은 젊어진 모습으로 데이트 약속을 잡는다.

이 아버지의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가족 앞에서 짐짓 다른 모습을 꾸며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행동이 낯설지만은 않을 수 있다.

이어지는 '마더', '시스터·브라더' 편도 겉으로는 특이하고 괴짜 같아 보이지만 맥락을 따라가면 이해가 가는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미국 북동부와 영국 더블린, 프랑스 파리에서 각각 펼쳐지는 독특한 가족들의 일상이 문화적 차이를 초월한 공감을 자아낸다.

31일 개봉.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포스터

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