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 선포 25년 만에 특별법 제정…이전 기관·기업 지원 근거 마련
해수부 동구에 임시 청사 이사 완료·전 부서 근무…23일 역사적 개청식
[※ 편집자 주 = 1996년 개청한 해양수산부가 정부 부처 중 30년 만에 처음 부산으로 단독 이전했습니다. 부산은 우리나라 제1의 항구이며 세계적인 항만 도시입니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은 부산이 글로벌 해양수도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릅니다. 연합뉴스는 해수부 부산시대의 미래와 과제를 조망하는 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2000년 부산은 21세기를 맞아 '대한민국 해양수도'를 선포했다. 단순히 우리나라 제2의 도시가 아니라 동북아 중심 해양 관문 도시이자 해양수도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이었다.
2005년 이후 부산시는 부산을 해양수도로 지정해달라는 법안을 3차례나 추진했으나 번번이 보류되거나 폐기됐다.
부산의 지역적 의제로 치부되거나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 지역 이기주의, 과잉 입법, 기존 법률과의 충돌 논란 등의 이유로 좌절됐다.
부산의 해양수도 도전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제주도와 세종시는 특별자치시·도 법안이 통과하면서 2006년과 2010년에 각각 특별자치도와 특별자치시가 됐다.
2022년에는 강원도 특별자치도 지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강원도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역사상 3번째의 특별자치도가 됐다.
해양수도를 향한 길에서 연이어 실패와 좌절을 맛본 부산은 이재명 정부 들어 해양수산부 이전이 현실화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지난 2일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이 법률에 '부산은 해양수도'라는 문구가 처음 공식화됐다.
25년 만에 부산이 꿈꾸고 염원해온 해양수도가 현실화한 것이며 공공기관뿐 아니라 부산으로 이전하는 일반 기업도 공공기관에 준한 거주 지원은 물론 해양 행정·산업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었다.
해수부 이전은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의 첫걸음이며, 단순한 행정조직의 물리적인 이동이 아닌 부산의 지속 가능한 해양 정책 혁신과 해양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해수부 이전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부산을 비롯한 남부권의 동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부산은 세계 2위 규모의 컨테이너 환적항을 가지고 있고 인접한 울산·거제는 대형조선소와 기자재 단지, 여수는 중화학공업, 포항은 철강산업이 있다. 여기에 부산대, 한국해양대, 부경대, 창원대 등 인재를 육성할 교육 기반도 있다.
해수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각 지역의 장점을 살린다면 수도권 일극 체제에 빠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런 남부권 인프라는 치열해지는 북극항로 시대를 선점할 좋은 여건이 된다.
부산은 북극항로의 중간 기점으로 북극항로 운항을 위한 친환경성, 내빙 성능을 가진 선박 수요 증가로 제2의 조선업 부활을 일으킬 수 있다. 북극항로 개척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선박 건조 증가로 선박 금융산업의 도약도 기대된다.
자원 안보 측면에서도 수입량의 74%를 차지하는 중동에 편중된 석유 수입을 다변화해 자원 공급망 불안정성을 해소할 수 있다.
물리적인 해수부 이전은 이미 완료됐다.
세종에 있던 해수부는 지난 8일부터 12일간 부산 동구의 IM 빌딩과 협성빌딩으로 5t 트럭 249대 분량의 짐을 옮겼다.
해양수산부 직원 850명 가운데 휴직이나 파견 인원을 제외한 690명가량이 부산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우선 해수부와 관련 직원이 이전한 것만으로도 주변 상권이 들썩거린다.
해수부 임시 청사가 들어선 동구 수정동에는 부산 해수부 시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부산시는 1996년 해수부 설립 이후 30년 만의 부산 이전을 환영하며 총 700억원이 넘는 지원책을 편다.
해수부 직원들이 큰 불편 없이 생활하도록 부산진구 양정동에 관사 100가구를 마련해 입주를 돕고 있다.
직원과 가족에게 이주 정착금 1인당 400만원씩을 지급하고 안정적인 주거 여건 마련을 위해 직원 한 명당 매월 40만원의 정착 지원금도 준다.
초·중·고교 자녀 한 명당 일시금 150만원, 2년간 매월 50만원의 장학금을 각각 지급한다.
미취학 아동에게는 2년간 매월 50만원의 양육지원금을 주고 부산으로 이주한 직원이 2년 이내 자녀를 출산하면 첫째 200만원, 둘째 400만원이 지급되는 현행 지원금과 별개로 2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해수부 직원이 집을 구할 때 발생하는 중개·등기 수수료도 각 1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초등생, 배우자 등 가족이 3명인 해수부 직원 기준 각종 지원금으로만 총 4천670만원을 받는 파격 지원인 셈이다.
해수부 임시 청사가 있는 부산 동구도 해수부 직원의 원활한 정착을 돕기 위해 행정 지원은 물론 주차요금 할인, 생활체육 수강료 감면 등 문화관광, 환경정비 등 3개 분야에서 28개 사업을 추진한다.
23일 역사적인 해수부 부산 청사 개청식이 열린다.

해수부 이전을 전후해 부산지역 정치권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달부터 국민의힘 부산시당과 부산시는 국회에서 연이어 세미나를 열어 글로벌 해양허브도시 부산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한 44개 세부 추진사업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자 부산 시민의 염원인 '해양수도 부산' 건설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해양수도 부산은 지역 역량과 국가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사업"이라며 "정부의 확고한 정책적 판단과 재정적 뒷받침, 초당적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wink@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