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자국공장 폐쇄 잇따라…韓·中은 공격투자 '승부수'

연합뉴스 2025-12-21 10:00:03

폭스바겐·GM·닛산, 전기차 캐즘 등에 자국 생산기지 문 닫아

늦은 전동화 전환·中 부상 등이 이유

현대차그룹, EV공장 등에 125.2조 투자…中, 유럽에 신규공장 설립

폭스바겐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중국발 저가 공세, 고금리·고비용 구조 등으로 해외 공장에 이어 자국 공장을 폐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독일과 미국, 일본 등 전통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공장 다이어트' 흐름이 두드러진 가운데 한국과 중국 등 완성차업계 후발주자들은 오히려 신규 공장 건설과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어 미래차 주도권을 잡을 '승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2위 완성차그룹 폭스바겐그룹의 브랜드 폭스바겐은 이번 달 독일 드레스덴 공장의 문을 닫는다. 드레스덴 공장은 전기차 ID.3를 생산해다.

폭스바겐이 자국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창사 88년 만에 처음이다.

드레스덴 공장 폐쇄는 지난해 10월 노조와 합의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올 3분기(7∼9월) 10억7천만유로(1조9천억원)의 세후 순손실을 내 2020년 2분기(4∼6월)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노조와 공장 폐쇄 및 감원에 합의한 바 있다.

글로벌 5위 완성차그룹인 미국 GM도 테네시 스프링힐 공장에서 캐딜락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생산을 이달 한 달간 중단했다. 또 내년 초까지 공장 가동을 축소할 계획이다.

GM은 미국 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에 대응해 지난 10월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을 내년 1월부터 1교대 체제로 전환하고 1천200명을 감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일본 닛산은 올해 5월 일본 가나가와현 오파마와 쇼난 공장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한 후 폐쇄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닛산이 자국 공장의 문을 닫는 것은 2001년 무라야마 공장 이후 처음이다.

닛산은 지난해 발생한 6천709억엔(6조4천600억원)의 순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섰고, 전 세계 공장을 17개에서 10개로 줄이고 인력 2만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선적부두

독일과 미국, 일본 등 전통 자동차업체들이 해외에 이어 자국 공장 가동을 멈춘데는 전동화 등 미래차 전환 대처 미숙과 중국업체들의 부상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폭스바겐은 매출의 40%를 차지했던 중국 시장의 부진이 공장 폐쇄까지 이어졌다.

중국 전기차업체들이 내수 시장을 점령하면서 전동화 전환에 빠르지 못했던 폭스바겐의 실적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GM은 전동화 전환을 위한 투자 중 자국 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변화하면서 해당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닛산의 경우 자국 내 경쟁업체인 도요타, 스즈키보다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 전환이 늦어 완성차 업계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흐름과 달리 한국 현대차그룹과 중국 BYD 등 후발 업체들은 오히려 자국 및 해외공장 투자를 가속하고 있어 대비를 이룬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2026∼2030년 5년간 국내에 총 125조2천억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축해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고,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수소연료전지 신공장도 건설 중이다.

기아는 미래 사업으로 점찍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생산을 위해 화성 이보(EVO) 플랜트 이스트를 준공하고, 이보 플랜트 웨스트의 기공식도 개최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인 중국 비야디(BYD)는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헝가리, 터키, 스페인에 공장을 건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 지리, 상하이자동차 등도 유럽 내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전기차 캐즘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동화 전환은 불가피한 만큼 다른 경쟁업체들이 주춤하는 사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미래차 흐름을 주도하겠다는 판단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 등 경쟁업체들이 침체와 산업 구도 재편에 따라 생산 투자를 줄이는 등 긴축 경영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공격적 투자가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중국 BYD

viv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