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누르던 'AI 버블', 美경제지표 변수 해소…남은 관건은 환율
기술주 강세·옵션만기일 효과에 뉴욕증시 3대지수 동반 상승
韓증시 투자심리 지표 일제히 올라…코스피200 야간선물 1.45%↑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지난주 코스피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인공지능(AI) 산업 거품 논쟁과,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지연됐던 미국 핵심 경제지표들에 대한 경계감 속에 내내 지지부진한 장세를 이어갔다.
막판에는 미국 마이크론의 깜짝 호실적에 힘입어 AI 거품 논란을 털어냈지만,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단행 여파로 시원스레 반등하지 못한 채 '4천피'를 사수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다만, 그간 시장을 짓눌렀던 각종 불확실성이 대부분 일단락된 만큼 금주부터는 본격적으로 '산타랠리'가 찾아올 것이란 기대감도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21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146.61포인트(3.52%) 내린 4,020.55로 장을 마감했다.
미국 브로드컴이 쏘아 올린 AI 산업 마진 악화 우려의 충격으로 코스피는 2% 가까이 급락하며 한 주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오라클이 추진해 온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가 핵심 투자자 이탈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AI 버블' 우려는 지난주 내내 글로벌 증시 조정의 빌미로 작용하다 17일 마이크론의 실적 서프라이즈 이후 차츰 해소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밖에 주초 발표된 중국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등 실물 경제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중국 경기둔화 우려가 재차 부각된 것도 코스피를 비롯한 아시아권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증권가 최대 관심사였던 미국 실물경제 지표들에 대한 시장 반응은 대체로 '중립적'이었다고 평가된다.
미국 11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전월 대비 6만4천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5만명 증가)를 웃돌았으나, 실업률은 4.6%로 2021년 9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18일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이 내놓은 1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라 시장 평균 전망치(3.1%)를 밑도는 수치였던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하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었으나, 자료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됐다.

주 후반에는 일본 중앙은행인 BOJ의 금리 결정을 앞두고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에 따른 시장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그런 까닭에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9일 코스피는 AI 거품 논란 해소에 따른 미국 기술주 반등이란 호재에도 탄력적으로 상승하지 못한 채 4,000선 지지력을 시험받는 흐름을 보였다.
BOJ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0년래 최고치인 0.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엔화 대출로 각국 증시와 위험자산에 투자한 자금이 엔화 강세 탓에 회수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보였고 즉각적인 시장 충격도 없었으나, 코스피는 큰 폭으로 상승하지 못한 채 낙폭을 일부 회복하는 선에서 한 주 거래를 마쳤다.
그런 가운데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한 주간 3조1천166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하는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1조6천703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을 실현한 모습이다.
반면 개인은 2조5천964억원을 순매수하며 저가매수에 나섰고, 기관도 3천776억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주간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우[005935](1천536억원), 두산[000150](574억원), 기아[000270](563억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546억원), 이수페타시스[007660](509억원) 등이 상위권에 위치했다.
외국인 주간 순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1조4천571억원), SK하이닉스(3천675억원), 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1천437억원), 두산에너빌리티[034020](1천323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천236억원) 등이었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 대비 22.07포인트(2.35%) 내린 915.27로 이번주 거래를 마쳤다. 주 후반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표된 코스닥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로 반등세가 나타났지만 구체적인 투자계획이 부재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오름폭이 제한됐다.

이번 주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최근 한국 증시에서 순매도 행진을 이어 온 외국인의 매수세가 되살아날지와, 산타랠리 실현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민·정해창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하회했고,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도 1.2배 밑으로 내려왔다. 불확실성 완화와 투자심리 개선만으로 탄력적 상승이 가능한 밸류에이션 저평가 영역에 진입한 것"이라며 "환율 변동성만 진정된다면 다음 주부터는 산타랠리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9일 뉴욕증시는 3대 지수가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88% 상승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31% 뛰어오른 채 장을 마쳤다.
마이크론의 호실적 발표 이후 기술주 투자심리가 개선세를 보이는 가운데 오라클이 소셜미디어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 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등 개별 호재가 더해지면서 기술주 전반에 온기가 퍼졌다.
선물옵션 만기일을 맞아 관련 수급이 시장에 미친 영향도 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P500이 옵션 만기의 힘으로 단숨에 6,800포인트를 웃돌았다. 관련 지수는 마켓 메이커들의 수익 마지노선이었기에 그 이상으로 지수를 상승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시장에서는 이러한 수급이 종료되는 이번 주에는 못다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 증시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수치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1.41%, MSCI 신흥지수 ETF는 0.98%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98%, 러셀2000 지수와 다우 운송지수는 0.86%와 0.24%씩 올랐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1.45%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22일(월) = 한국 12월 1~20일 수출, 미국 11월 시카고 연은 국가활동지수
▲ 23일(화) = 미국 3분기 GDP, 미국 10월 내구재 신규수주, 미국 10월 핵심 자본재 수주, 미국 11월 산업생산
▲ 24일(수) = 미국 12월 리치몬드 연은 제조업지수, 미국 12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기대지수,
▲ 25일 (목) = 성탄절 휴장
▲ 26일 (금) = 일본 12월 도쿄 소비자물가지수
hwangch@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