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지방 관광 늘었다…제주, 드라마 효과 '쏠쏠'

연합뉴스 2025-12-21 07:00:04

제주 방문율 3분기 높아져…경북도 APEC 효과로 외국인 관광 늘어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K컬처의 열풍 속에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지가 다양해지고 있다. 외국인의 서울 관광 쏠림이 여전한 가운데 제주와 경북 등 일부 비수도권 지역 방문율이 드라마 흥행과 국제행사 효과 등에 힘입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외래관광조사에 나온 외국인 관광객의 시도별 방문율을 보면 제주도가 올해 들어 1분기 8.9%, 2분기 9.0%, 3분기 10.5% 등으로 꾸준히 높아졌다.

특히 3분기 방문율은 지난해 연간 기준 9.9%와 비교하면 0.6%포인트 높아졌다.

제주 함덕해수욕장 외국인 관광객

시도별 방문율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들이 여행 기간 중 어느 시도를 방문했는지를 집계한 비율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제주행 항공편의 증편 등 교통 여건이 개선된 점도 있지만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인기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이 작품의 주된 배경이 된 제주가 국내외에서 인기 관광지로 부상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3월에 전년 동월 대비로 감소했다가 4월에 11.6% 늘어난 데 이어 5월(35.8%), 6월(28.8%), 7월(76.0%)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첫 화가 3월 7일 공개됐고, 그달 28일 마지막 화가 방영됐다.

드라마의 전 회차가 공개된 이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작년 같은 달 대비로 늘어난 셈이다.

월별 제주 외국인 관광객 수 추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이 드라마의 극본을 쓴 임상춘(필명) 작가를 올해 한국관광 홍보 명예 공헌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비수도권 지역 중에서 경북과 경남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눈에 띈다.

경북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율이 3분기 2.3%로, 경남은 2.2%로 지난해 연간과 비교해 각각 0.4%포인트, 0.5%포인트 높아졌다.

경북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효과로 풀이된다.

APEC 정상회의 자체는 10월 31일∼11월 1일 열렸지만, 이를 앞두고 진행된 대대적인 홍보로 경주를 중심으로 한 경북의 대외 인지도가 높아진 데다, 회의 관련 사전 답사와 MICE(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 수요가 늘어난 점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APEC 효과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관광데이터랩 자료에 따르면 경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작년 같은 달 대비로 10월(25.5%)과 11월(24.6%)에 급증했다. 그에 앞서 3∼9월에 10%대 증가율을 보였다.

경남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는 부산을 거점으로 한 외국인 관광 수요가 크루즈 관광 회복과 함께 통영·거제 등 남해안권으로 확장되고, 외국인을 겨냥한 체류형·연계형 관광상품과 지역 콘텐츠 홍보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월별 경주 외국인 관광객 추이

일부 지방이 외국인 관광 활성화 혜택을 누렸지만 '대세'는 여전히 서울이었다.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 방문율이 3분기에 77.3%나 됐다. 지난해 연간(78.4%)과 비교해 1.1%포인트 낮아졌으나 여전히 압도적인 1위 방문지를 유지했다.

서울의 감소는 경기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방문율은 3분기 11.3%로 지난해 연간(10.0%) 대비로 1.3%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서울 도심 관광에 경기 지역을 연계하는 근교·체험형 일정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테마파크, 비무장지대(DMZ)·안보관광, 쇼핑시설 등 당일 또는 1박 코스로 접근 가능한 콘텐츠가 경기도에 집중돼 있어 서울 쏠림이 다소 완화될 경우 가장 먼저 혜택을 받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를 합한 수도권의 방문율이 88.6%로 외국인 관광의 수도권 집중은 상당히 높은 셈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지방 관광 활성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와 연계해 경주 및 경북 지역에 교통, 결제 편의 제고 등 관광인프라를 개선을 위해 힘써왔다"고 말했다.

[표] 외국인 관광객 시도별 방문율

(단위:%)

※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외래관광조사 수치

pseudoj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