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의 재탄생] 옛 도심 한옥이 '청년 외식 창업' 터전으로

연합뉴스 2025-12-21 07:00:04

군산 원도심의 빈집 리모델링해 음식점 설비와 주방용품 갖춰

임대료 '0'원의 청년 창업 테스트 부엌…8팀 거치며 외식업 창업·취업까지

[※ 편집자 주 =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와 인구이동으로 전국에 빈집이 늘고 있습니다. 해마다 생겨나는 빈집은 미관을 해치고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우범 지대로 전락하기도 합니다. 농어촌 지역은 빈집 문제가 심각합니다. 재활용되지 못하는 빈집은 철거될 운명을 맞게 되지만, 일부에서는 도시와 마을 재생 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매주 한 차례 빈집을 주민 소득원이나 마을 사랑방, 문화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를 조명하고 빈집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합니다.]

한옥을 개조한 군산시 중앙로 청춘미가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사람의 발길이 끊겨 늙어간 빈집을 청년들을 위한 외식 창업의 준비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주방 설비를 모두 갖춘 이곳에서 임대료 부담 없이 실전을 거친 청년들이 지역에 카페와 식당 등을 개업했습니다."

중심 상업지였다가 사람의 온기가 사라졌던 전북 군산시 원도심인 중앙로에 있는 오래된 한옥이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예비 창업자들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은 지 80년이 넘은 1층짜리 한옥(66.4㎡)은 원도심 상권이 쇠락하면서 5년 넘게 방치되며 활용 가치를 잃은 공간으로 전락했다. 그러다 리모델링을 거쳐 2018년 8월부터 청년들의 '외식 창업 테스트 부엌'으로 쓰인다.

군산시가 도심 쇠퇴와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빈 한옥을 매입해 내부를 음식점으로 꾸민 것이다. 주방 시설과 물품도 갖춰 실습형 창업 공간으로 제공했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맛을 전하는 집이라는 의미로 '청춘미가'(靑春味家)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춘미가 내부 모습

청춘미가는 외식 창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게 사업장과 주방 기물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특히 임대료가 '0'원이어서 음식점 창업에 앞서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실전을 경험할 수 있다.

중앙로 일대에서 식당을 개업하려면 내부 시설과 설비, 집기, 주방용품 등을 갖추는데 3천만원가량이 든다. 식당의 월 임대료는 보통 120만원을 넘는다.

이처럼 막대한 초기 부담없이 청춘미가에 입주해 음식점을 운영하면 경제적 부담이 크게 준다.

입주자는 식자재비와 공과금만 부담하면서 메뉴를 개발하고 스스로 상호를 붙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미래를 꿈꾼다.

청춘미가는 실패 리스크를 줄여가며 창업 역량을 키우는 '연습 가능한 창업 준비' 공간인 셈이다.

2018년 문을 연 이후 8명(팀)의 청년 예비 창업자가 이곳을 거쳐 갔다. 운영기간은 최대 1년이다.

이후 어떤 청년은 음식점을, 한 부부는 카페를 창업했다. 요식업과 관련한 업종은 물론 전혀 다른 분야에 취업한 청년도 있다.

이처럼 청춘미가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다음 걸음을 준비하는 출발 지점인 셈이다.

한옥과 어우러진 상호

현재 청춘미가는 '돌푸바오 버거'라는 상호를 단 색다른 맛집으로 두 달째 영업 중이다.

중식과 양식의 조리 경력이 20년에 가까운 부부 사장이 대만식 찐빵 '바오'에 중식 특유의 불맛을 더한 이색 버거를 판매한다.

중식 유튜버 '돌푸'로 이름을 날린 남편 임슬기(40) 씨와 일식 경력 10년이 넘은 아내가 운영한다.

부부가 빵부터 소스까지 모두 정성스럽게 만들자 입소문이 나 관광객과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새 메뉴 개발은 물론 매출을 늘릴 마케팅에 매진한 후 군산에 매장을 열 계획이다.

임씨는 "청춘미가 덕분에 경제적 부담 없이 맛있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음식에 도전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며 "손님들이 고풍스러우면서 따듯한 한옥 느낌과 특이한 메뉴에 상당히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본 특이한 버거를 맛보려고 지난 16일 대전에서 왔다는 김진주(31) 씨는 "매장에 들어설 때 아늑한 전통가옥의 느낌과 아담한 구조가 참 좋다"며 "부부가 열심히 창업을 준비해 꼭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전했다.

청춘미가는 작은 빈집 하나가 도시 자원으로 전환돼 젊은이들에게 창업의 희망을 전하는 한 모델이 되고 있다.

군산시는 빈집을 창업, 문화, 공동체 활동과 연계하는 다양한 활용 모델을 지속해서 발굴할 계획이다.

청춘미가 내부

k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