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욕의 세월' 권력 명멸 지켜봐…투명성 강조 李정부서 변화 기대감
李대통령 "퇴임은 세종에서"…'시한부 靑 시대'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오랜 세월 '권부의 심장'으로 일컬어졌던 청와대가 3년 반 만에 부활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실 이전 작업이 21일 본격화하면서다.
청와대의 탄생은 7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되자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시절 총독관사로 쓰인 건물에 '경무대'라는 이름을 붙여 집무실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푸른 기와집'을 뜻하는 청와대(靑瓦臺)의 명칭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1960년 윤보선 전 대통령으로, 그는 당시 4·19 혁명 분위기 속에 경무대가 지닌 부정적인 인식을 고려해 이름을 바꿨다.
이후 청와대는 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의 거처 및 집무 공간으로 사용되며 수많은 권력의 명멸을 고스란히 지켜봤다.
1968년 북한 무장대원 침투 사건인 이른바 '김신조 사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피살되는 '10·26 사태'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도 청와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이처럼 최고 권력의 바로 곁에 위치하다 보니 국민에게는 내밀하고 위압감이 있는 이미지가 점점 강해졌으며 나아가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지목되며 비판을 받는 일도 잦아졌다.
여기에 국가원수에 대한 철저한 경호 등이 겹치며 대통령과 시민들의 접점은 점차 줄었고, 결국 정권이 반복될 때마다 청와대는 민심과는 괴리된 채 권력의 생리에 따라 모든 결정이 이뤄진다는 이른바 '구중궁궐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이제 정치권의 관심은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소통 문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상 첫 업무보고 생중계에서 드러나듯 이 대통령이 투명한 대국민 소통을 핵심 국정철학으로 내세우는 만큼 이전 정부들과 비교해 '불통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흘러 나온다.
실제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 이전 후에는 (대통령 일정에 대한) 온라인 생중계 등을 더 확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경호처 역시 청와대 이전 후에도 이전 정부에서 운영해 온 검문소를 설치하지 않는 등 최대한 시민과의 '벽'을 쌓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임기 내 집무실을 세종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부활한 '청와대 시대'는 오래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주변에 "퇴임은 세종시에서 할 수도 있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청와대는 장기적으로 대통령의 제2 집무실로 사용되거나, 혹은 시민에게 완전히 개방돼 역사·문화 공원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hysup@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