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차관보·공화 의원도 가세…온라인 허위정보 확산에 수사 혼선
가짜뉴스로 살해 협박당한 팔레스타인 학생 "상상할 수 없는 악몽"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미국 브라운대 집단 총격 사건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피살 사건 용의자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되자, 사건 발생 초기부터 온라인을 통해 확산한 허위 정보가 수사에 혼선을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친트럼프 인사들이 '팔레스타인 학생이 총격범이고 보수 성향 학생을 표적으로 삼았다'는 근거 없는 소문의 확산을 부채질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로드아일랜드주 수사당국은 온라인상에서 확산한 허위 정보가 초동수사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용의자는 포르투갈 출신 클라우디우 네베스 발렌트(48)로 밝혀졌다.
피살된 MIT 교수와 포르투갈 리스본 고등이공대 동창생이었던 그는 지난 18일 뉴햄프셔주 소재 보관시설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부검 결과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총격 발생 이후 온라인상에는 총격범이 브라운대에 재학 중인 팔레스타인 학생이라는 루머가 퍼졌다.
익명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경찰이 공개한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의 사진과 브라운대에 재학 중인 팔레스타인 학생 무스타파 카르부시의 사진이 함께 올라온 것이 시발점이었다.
카르부시의 사진과 이메일은 곧장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우익 팟캐스터들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억만장자 빌 애크먼, 하밋 딜런 법무부 민권담당 차관보 등도 이를 부채질했다고 AFP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용의자가 총격 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르부시에게 살해 위협까지 가해지는 상황이 되자 브라운대 측은 그를 보호하기 위해 학교 웹사이트에서 카르부시와 관련한 정보를 삭제했는데, 친트럼프 인사들은 이런 정황마저도 의심스럽게 봤다.
딜런 차관보는 "수상하다"며 의혹에 불을 지폈고, 애나 폴리나 루나(공화·플로리다) 하원의원도 "정보 삭제가 의심스럽다"고 힘을 실었다.
토미 터버빌(공화·앨라배마) 상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피해자 중 한명이 브라운대 학내 공화당 조직의 부회장인 엘라 쿡이라는 점을 들어 젊은 공화당원이 표적이었다는 주장도 했다.
셸던 화이트하우스(민주·로드아일랜드) 상원의원이 SNS 이용자들을 향해 루머가 제보창구를 마비시킬 수 있다며 추측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지만 소용없었다.
카르부시는 수사 대상에도 오른 적이 없었지만, 온라인에 확산한 허위 정보로 온갖 비난을 감당해야 했다.
그는 "지난 며칠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악몽이었다"며 "살해 위협이 계속됐고 혐오 발언도 끊이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진짜 용의자 추적의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제보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 레딧 이용자는 수사당국이 '플로리다 번호판을 단 회색 닛산 차량을 조사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게시글을 올린 다음 날 수사당국에 자신이 총격 2시간 전 브라운대에서 날씨에 맞지 않은 복장을 한 수상한 남성과 마주쳤고, 그가 회색 닛산 차량 쪽으로 향했다고 알렸다.
브라운대 교수 한 명도 같은 차량을 목격했다고 진술하자 수사당국은 해당 차량을 추적해 용의자를 찾아냈다.
피터 네론하 로드아일랜드주 법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차량에 관한 정보가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브라운대 총격 사건은 지난 13일 교내 '배러스앤드홀리' 건물의 한 교실에서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학생 2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했다.
이틀 뒤에는 핵융합 분야 권위자인 누누 루레이루 MIT 교수가 자택에서 총격을 당해 숨졌다.
수사당국은 두 사건 간 연관성을 조사해왔으며 지난 18일 용의자를 특정했다.
eshiny@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