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티코 "남미FTA 체결 속도 조절 역할…우크라 논의 적기 개입"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존재감이 주목받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멜로니 총리는 이날 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상식이 승리했고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법적·재정적으로 탄탄한 기반을 갖춘 해법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날 EU 정상들은 내년부터 2년간 우크라이나에 총 900억유로(약 156조원)의 무이자 대출을 해 주기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자금을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한 '배상금 대출'로 마련하는 안이 결국 무산되고 EU가 자체 예산을 담보로 공동 채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독일 등은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안을 앞세웠지만 벨기에는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 등을 들며 '불가' 방침을 고수했다.
이탈리아는 벨기에와 같은 이유로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멜로니 총리는 최근까지도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찬반 공방에서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그가 입을 연 건 EU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지난 17일이었다.
멜로니 총리는 러시아 동결 자산 활용안에 대해 "보복이나 국가 예산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과 관련한 명확한 설명을 (EU에) 구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의 공개 발언 이후 EU 정상들의 합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졌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EU 정상회의 합의 과정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 전반부에는 발언권조차 얻지 않았지만 합의를 마무리 지은 사람은 그였다는 게 EU 외교관들의 전언이다.
멜로니 총리는 이날 EU 정상회의의 또 다른 의제였던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MERCOSUR)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제동을 거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EU 지도부는 농업국 프랑스의 반대에도 남미 FTA 체결을 정상회의 의제로 올리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멜로니 총리가 정상회의 전날 '농업 보호 조치' 필요성을 강조하며 프랑스 입장에 힘을 실었고 결국 최종 결정은 미뤄지게 됐다.
멜로니 총리는 EU에 FTA 체결을 촉구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로 양해를 구하며 물밑에서 외교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와 함께 멜로니 총리를 EU 정상회의의 승자로 분류하며 그를 '진정한 킹메이커'라고 추켜세웠다.
폴리티코는 "멜로니 총리는 EU·메르코수르 무역 협상에서 속도를 좌우했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자금 지원 문제에서도 개입 시점을 완벽하게 조율했다"라고 평가했다.
강경 우파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대표인 멜로니 총리는 또 다른 강경 우파인 동맹(Lega)의 대표 마테오 살비니, 중도 우파 전진이탈리아(FI)의 대표 안토니오 타야니와 연립정부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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