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엄격해진 요구 반영"…일각선 화재참사와 연결
'존 리 행정장관 연임에 영향' 관측도…전문가 "판단 아직 일러"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 행정장관 업무보고를 받을 때마다 해오던 '홍콩을 전력으로 지지한다'는 언급을 올해는 생략, 이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19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와 명보, 경제일보, 신보 등 홍콩매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존 리 홍콩 행정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중앙정부는 존 리 행정장관과 (홍콩) 특별행정구 업무에 대해 충분히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홍콩 고층아파트 '웡 푹 코트' 화재로 최소 160명이 사망했지만 시 주석은 홍콩 정부가 지난 7일 입법회 선거를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경제 성장을 실현했다고 치하하면서 업무성과에 대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 주석 발언 가운데 '중앙이 홍콩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은 이번 업무보고에서는 빠졌다.
시 주석은 매년 베이징을 찾아 업무보고를 하는 홍콩 행정장관에게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관철한다는 중앙의 방침을 언급하면서 "(홍콩) 행정장관과 특별행정부 정부가 사회 각계를 단결시켜 이끌도록 전력으로 지지한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가 "일국양제,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港人治港), 고도의 자치(高度自治) 방침을 확고히 관철하고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촉진할 것을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홍콩 명보는 이러한 표현이 삼호우파이(岑浩輝) 마카오 행정장관 업무보고 청취 때와 같음에도 여러 추측을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일부 홍콩정부 관계자들은 시 주석의 바뀐 표현을 두고 홍콩·마카오 정부에 대한 중앙의 요구가 이전처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정중하고 온화한 표현보다 '지시적'이 됐으며 더 명확하고 엄격해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신보와 경제일보는 홍콩 아파트 화재참사가 '전력 지지' 생략의 원인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업무보고에서 화재 참사와 관련해 '중대하다', '가슴 아프다'고 언급한 점, 업무보고 후 기자들과 만난 리 장관이 시 주석으로부터 "다그쳐 이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점 등에서 이번 화재와 관련한 중앙의 충격과 우려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화재참사가 리 장관 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중앙정부 상황에 밝은 인사들은 이번 참사의 영향이 광범위하고 중앙정부에서도 비공식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고 신보는 전했다.
이들은 또한 광둥·홍콩·마카오의 공동 재난 대응과 관련한 논란도 있어 당장 표면화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그러나 '전력 지지' 표현 생략을 두고 리 장관의 연임 여부를 가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
리 장관은 2022년 7월 취임했으며 임기는 2027년 6월까지다. 차기 행정장관 선거는 2027년 3월 예정이다.
중국 본토의 전국홍콩·마카오연구회 류자오자 고문은 "홍콩 행정장관 연임 여부는 고려할 요소가 많아 지금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누가 홍콩 행정장관이 되든 중앙정부는 반드시 그를 지지하며 공개적으로 그런 표현이 없다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연합조보에 말했다.
류 고문은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2027년 초가 돼야 차기 행정장관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inishmore@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