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기준금리 0.75%로 인상…30년만에 '0.5% 벽' 허물어(종합2보)

연합뉴스 2025-12-19 20:00:03

1월 이후 11개월만에 추가로 올려…연간 0.5%p 인상은 1990년 이후 처음

물가상승·엔저에 돈풀기 고삐 더 조여…총재 "지속해서 금리 올릴 것"

일본은행, 기준금리 0.75%로 인상…30년만에 '0.5% 벽' 깼다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융시장 예상대로 11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30년간 버텨 왔던 '금리 0.5%의 벽'을 허물었다.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5% 정도'에서 '0.75% 정도'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정책위원 9명 전원이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준금리는 1995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1995년 사실상의 일본 기준금리는 4월 1.75%에서 1.0%로 인하됐고, 이어 9월 1.0%에서 0.5%로 추가 하향 조정됐다. 이후 일본 기준금리는 0.5%를 넘은 적이 없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이끄는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 7월 기준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올해 1월에는 0.5% 정도로 각각 올리며 기존 '돈 풀기' 흐름에 고삐를 조여 왔다.

우에다 총재는 1월 이후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은 상태인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겠다고 시사해 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을 고려해 3월 회의부터 6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일본은행 내에서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이 경기와 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견해가 퍼지면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아울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꾸준히 2%를 넘고 있고, 내년 봄 기업의 임금 인상률이 낮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은행은 물가가 2%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오르고, 임금도 함께 상승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또 엔화 약세로 수입 물가 상승이 지속돼 고물가가 가계를 압박할 가능성이 커진 것도 금리 상승 배경이라고 교도통신이 해설했다.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내세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일본 기준금리 추이

우에다 총재는 이날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지속해서 정책금리를 올려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나타냈다.

그는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추가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경제·금융 정세에 달렸기에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일본은행이 중시하는 물가, 임금 상승 흐름이 지속될 경우 경제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시점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6.9엔대까지 올랐다. 이날 오전에는 155엔대였다. 금융시장에서 우에다 총재 발언이 그다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이지 않다고 해석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일본은행의 올해 전체 금리 인상 폭인 0.5%포인트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해설했다.

이 신문은 일본은행이 1990년에 금리를 1.75%포인트 올린 이후 최대 인상 폭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기간에 일본은행의 연간 최대 금리 상승 폭은 지난해의 0.3%포인트 정도였다.

닛케이는 "역사적인 금리 인상을 계기로 시장에서는 2026년 금리 인상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2026년 말에는 1.0% 이상까지 오를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이 인상된 금리를 오는 22일 적용하면 시중 은행의 예금·대출 금리도 속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은 내년 2월 2일부터 보통예금 금리를 0.2%에서 0.3%로 올린다고 밝혔다. 1993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닛케이는 3년 전 변동형 주택담보대출로 4천500만엔(약 4억2천만원)을 빌렸다면 지난해 7월 이후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환액이 매달 평균 약 1만4천엔(약 13만원)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psh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