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펑산 해협교류기금회장, 사임 밝히며 임기 중 대화 시도 언급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대만의 대(對)중국 협상기구 수장이 '92공식'(중국과 대만이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명확히 하자고 중국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19일 중국시보와 자유시보 등 대만 매체에 따르면 우펑산(吳豊山)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의 회장은 전날 이사회 회의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임기 중 중국과의 교류 시도와 관련해 이런 뒷이야기를 전했다.
우 회장은 회의에서 지난해 11월 취임 후 양안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에도 중국 측 양안 협상기구인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의 장즈쥔 회장에게 만남을 요청하고 '92공식'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자는 제안도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 회장은 "취임 후 '92공식'에서 중화민국(대만)의 위치를 분명히 해달라고 대륙 측에 요구했다"며 "몇차례 연락이 오간 끝에 대륙 측은 '92공식'이 "차이점 속에 공통점을 추구하고 분쟁은 제쳐두자'는 의미라고 답했을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후에도 "비공식 경로를 통해 장즈쥔 해협회 회장에게 회담을 통해 '92공식' 관련 논란을 명확히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양안의) 대등함과 존엄만 고수하고 만나는 시기와 장소, 공개 여부 등 나머지는 모두 상대에게 맡기겠다고 했다"고 돌아봤다.
우 회장은 하지만 중간 채널을 통해 돌아온 "해협회 측의 답은 '고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92공식을 다시 정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며 "또 다른 경로로는 '92공식을 원하지 않으면 새로운 합의를 제시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요령부득이었다"고 덧붙였다.
92공식은 양안 관계의 기본 바탕으로 여겨지는 1992년 중국과 대만의 합의를 일컫는 것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해석에 따른 명칭을 사용(一中各表)하자는 것이 골자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92공식을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대만은 '각자 해석'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특히 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은 92공식이 대만 주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보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협회와 해기회는 중국과 대만이 양안 교류를 추진하기 위해 1991년 각각 발족한 기구로 법적으로는 민간 단체지만 실제로는 당국의 통제를 받는 반관반민 성격의 조직이다. 양안 교류의 근간인 '92합의'도 당국이 아닌 해협회와 해기회 간의 비공식 회담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민진당 차이잉원 전 총통이 취임한 2016년 5월 이후 해협회와 해기회 사이의 상시 연락 '핫라인'이 끊어지는 등 교류가 중단된 상태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인 우 회장은 뇌물 수수 혐의로 낙마한 정원찬 전임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11월 취임했으며 이달 말 사임한 뒤 총통부 고문으로 갈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쑤자취안 대만일본관계협회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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