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중동 출신이자 난민 출신 최고대표…"개혁 계속할 것"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이상서 기자 = 한때 난민이었던 바르함 살리(65) 이라크 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유엔난민기구(UNHCR) 신임 최고대표로 선출됐다.
살리 신임 최고대표는 UNHCR 최초로 중동 출신이자 난민 출신으로 수장이 됐다. 다음 달 1일 5년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선출 후 성명에서 "기록적인 규모의 강제 실향과 인도주의적 자원에 대한 심각한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UNHCR이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영향력과 책임, 효율성에 대해 새로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UNHCR은 업무 수행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해 수년간 추진해 온 중요한 개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화통신 등이 전했다.
살리 신임 최고대표는 쿠르드계 이라크 정치인으로 2018년 10월~2022년 10월 이라크 8대 대통령과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 등을 지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이라크에서는 통상 실권을 쥔 총리는 시아파가, 의회 의장은 수니파가, 형식상 국가수반인 대통령은 쿠르드계가 각각 맡는다.
살리 신임 최고대표는 사담 후세인 정권 때인 1979년 고등학교 재학 중 쿠르드 민족주의 운동 활동을 이유로 두 차례 체포돼 43일간 구금됐다. 그는 석방된 이후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떠났다.
이후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을 축출하자 이라크로 돌아와 외국 열강과 이라크 국내 정치세력간 협상과 동맹 구축 등에 역할을 했다.
그를 UNHCR 신임 최고대표로 지명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국제기구와 지역 조직과의 협력을 비롯해 정치, 외교, 행정에서의 고위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난민, 위기 협상가, 국가 개혁가로서 인권과 인도주의적 비전도 갖췄다"고 높게 평가했다.
필리포 그란디 현 UNHCR 최고대표도 살리에 대해 "난민과 강제 실향민이 직면한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다"며 "이러한 배경과 경험은 대규모 강제 실향과 복잡해진 인도적·정치적 위기 상황을 마주한 지금 UNHCR을 이끌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UNHCR은 올해 인도적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된 상황에서 128개국의 강제 실향민을 보호하고, 이들의 생명을 살리는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직원 1만4천600여명 가운데 90%는 인도주의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UNHCR은 55억 달러(약 8조1천400억원)의 기존 예산 중 40%를 지원하던 미국이 올해 8억1천100만달러로 지원을 더 삭감함에 따라 예산 규모가 39억달러로 줄었고, 내년에는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shlamazel@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