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원칙 확고" vs "경질해야"…日 '핵무장론' 발언 파문 확산

연합뉴스 2025-12-19 17:00:03

관방장관 "핵무기없는 세계 위해 노력"…야권, 한목소리로 경질 요구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안보 정책을 담당하는 간부의 '일본 핵보유론' 발언에 대해 야당이 19일 "발언 철회", "당사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총리관저(총리실) 간부는 전날 사견을 전제로 "일본은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은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국내외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였다.

해당 발언이 보도되자 일본 정부는 즉각 "비핵 3원칙을 확고히 유지한다"고 밝히는 등 파문 확산 차단에 나섰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한 것이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으로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표명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집권 자민당은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고려해 이전 총리들이 지켜 왔던 비핵 3원칙 가운데 반입 금지 규정을 바꾸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하라 미노루(木原稔)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는 정책상 비핵 3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발언자의 경질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개별 보도에 대해 일일이 논평하지 않겠다"고만 언급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유일한 피폭국으로서,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후(2차대전 패전 후) 우리나라는 일관되게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공헌해 왔다. 이런 입장에 변화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그러나 입헌민주당과 공명당, 공산당 등 야권은 일제히 해당 발언자의 경질을 요구하는 등 전면 공세에 나섰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갑작스러운 발언에 믿기 어렵고 매우 놀랍다. 조기에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사이토 요시타카 참의원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소자키 요시히코 집권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사이토 데쓰오(齊藤鐵夫) 공명당 대표는 기자들에게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이다. 파면해야 할 발언이다"라고 했다.

공산당의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서기국장도 "정말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절대 허용될 수 없다. 정부는 발언을 철회시키고 파면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자민당 소속의 나카타니 겐(中谷元) 전 방위상도 야권의 사퇴 요구에 힘을 실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구 내각(전문성보다는 총리와의 친분 있는 인사들로 꾸린 내각)'이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제대로 된 사람을 인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1999년에는 연립여당인 자유당 소속 니시무라 신고 당시 방위청 차관이 주간지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일본도 핵무장을 하는 것이 좋은지 어떤지 국회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비판 여론이 고조되며 경질된 바 있다.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