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윤 양, 서울성모병원서 5년 투병 끝 건강회복…"입원 중 그린 작품으로 희망 전해"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가족의 사랑과 그림에 대한 꿈으로 급성 백혈병을 이겨낸 15세 소녀가 병동에서 그린 그림을 모아 공방을 열었다.
서울성모병원은 19일 급성골수성백혈병과 심장병으로 소아청소년 완화의료팀 '솔솔바람'의 치료를 받던 정서윤 양이 건강을 회복, 지난 13일 부산의 집으로 돌아가 미술 공방을 열었다고 밝혔다.
서윤 양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21년 여름 갑작스러운 고열과 비정상적인 백혈구 수치로 인해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윤 양은 6살 때 진단받았던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심박동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이라는 심장병까지 악화해 시술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힘겨운 투병 생활 중에도 꿈과 사랑을 잃지 않았다. 예술에 재능과 흥미를 보여 피아노 영재학교를 준비하던 서윤 양의 열정은 그림으로 피어났다.
아크릴판 위에 가족과 의료진을 그렸고 로봇, 공룡이나 병동 친구들의 초상을 그려 선물했다. 병원은 "병동 환아들의 수액 걸이대에는 서윤 양이 선물한 그림이 하나씩 걸려 있었다"고 전했다. 입원 경험을 웹툰으로 그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버팀목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2022년에는 체중이 30㎏도 채 되지 않았던 남동생이, 2023년에는 어머니가 각각 서윤 양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서윤 양은 "조혈모세포 이식 때 생긴 상처는 서로 '영광의 상처'라고 부르고, 이식받은 날은 '남매의 날', '모녀의 날'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족의 헌신으로 서윤 양은 부산으로 돌아가 공방을 열 수 있었다. 소아백혈병의 특성상 '완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족들의 골수 이식 덕분에 건강을 회복한 것이다.
서윤 양은 내년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며 치료 과정에서 그렸던 작품들과 웹툰 등을 전시하고 앞으로는 다양한 디자인 상품을 만들어 희망을 전파할 계획이다.
"입원 중에 부산에서는 잘 못 보던 눈이 왔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몸이 아파도 나쁜 일만 있는 게 아니구나, 그렇게 느꼈던 순간을 기억하고 그림을 통해 제가 느낀 작은 행복들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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