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곤돌라사업 법원 제동 "용도구역변경 위법"…서울시 "항소"(종합)

연합뉴스 2025-12-19 16:00:11

공원녹지법 시행령 요건 미충족 판단…"행정목적 위해선 언제든 변경 가능 주장 수긍 어려워"

서울시 "절차 정당성·법률상 요건 갖춘 행정조치…교통약자 접근 보장하고 개인독점 막아야"

서울시, 2027년까지 '남산 곤돌라' 완공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법원이 남산 곤돌라 운영을 위해 서울시가 결정한 대상지 용도구역 변경을 취소했다. 지난해 10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1년 넘게 중단된 서울시의 곤돌라 설치 사업이 결국 본안 소송에서 일단 제동이 걸린 것이다.

서울시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일단 곤돌라 사업은 추진이 중단된 채 2심에서 다시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19일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 한국삭도공업 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해 9월 한국삭도 등은 서울시가 곤돌라 사업을 위해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지 기준에 어긋나는 용도구역 변경 결정을 했다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앞서 시는 곤돌라 운영을 위해 남산에 높이 30m 이상 중간 지주(철근 기둥) 설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대상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한 바 있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결정이 공원녹지법 시행령에 정해진 '도시자연공원구역의 변경 또는 해제에 관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해당 조항은 녹지가 훼손돼 자연환경의 보전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여가·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역만이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제가 가능하다고 정한다.

그간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을 근린공원 등 다른 도시공원으로 변경하는 결정에 대해서는 해당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시설공원으로 조성하는 데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자 했다면 공원녹지법 및 시행령 등에서 예외적으로 허가받아 할 수 있는 행위에 포함시켰을 것"이라며 "쟁점 조항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이 자연 보전을 위해 개발을 제한하는 구역인 만큼 법령이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행정 목적을 달성하고자 할 때에는 언제든 시설공원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은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결정은 남산 곤돌라의 설치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또 한국삭도공업이 60년 넘게 케이블카 사업을 독점적으로 운영해 막대한 수입을 거둬온 사정이 있지만, 이런 사정만으로 원고 적격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남산 케이블카

앞서 작년 10월 행정법원은 본안 소송과 함께 한국삭도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당시 서울시가 법원 결정에 불복해 항고했으나 항고심도 집행정지 결정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 곤돌라 설치 사업은 1년이 넘도록 중단된 상태다. 시는 교통약자 및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 명동역 인근에서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을 오가는 곤돌라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서울시는 이날 행정법원의 판결에 "도시관리계획 결정 과정에서 서울시가 준수한 절차적 정당성과 법률상 요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납득 못할 판단"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시는 "해당 도시관리계획 변경 결정 처분은 도시자연공원구역 변경 요건을 갖춘 행정조치"라며 "남산 곤돌라는 이동약자와 노약자 등 남산 접근이 쉽지 않았던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고 특정 민간 중심으로 운영된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서울시의 핵심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시는 가족 기업이 60년 넘게 국유지 사용료만 내고 남산 케이블카를 독점 운영하면서 남산으로 가는 이동수단을 독점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면서 곤돌라 사업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특정인의 독점을 막고 남산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한 조처로, 곤돌라를 도입해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수요도 분산해 시민 편의를 개선하겠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winki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