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의회, 영랑호 부교 철거 예산 전액 삭감…환경단체 반발

연합뉴스 2025-12-19 14:00:03

시의회 "지역 경제 영향 고려"…환경단체 "법원 판단 외면"

영랑호 부교 운명은

(속초=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강원 속초시의회가 영랑호 부교 철거 예산 전액을 삭감하자 지역 환경단체가 즉각 반발했다.

19일 속초시의회에 따르면 이날 열린 제349회 제2차 정례회 3차 본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속초시가 내년도 본예산에 포함한 영랑호 부교 철거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해당 예산은 철거 공사비 6억6천만원과 실시설계 용역비 4천만원 등 총 7억원이다.

정인교 시의원은 "시의회와 집행 기관 간 소통을 통해 철거 예산 편성 논의 후 예산 편성을 집행부에 주문했다"며 "그런데도 집행부에서는 이러한 소통의 과정 없이 일반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의회에 제출했다"고 삭감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실질적인 환경 영향 평가가 없었고 시민 의견 수렴 절차가 전무했다"며 "법원의 화해 권고 결정만으로는 철거를 반대하는 다수의 시민을 설득하기 어려운 점과 부교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속초시는 2021년 11월 영랑호에 길이 400m의 부교를 설치했다.

하지만 시민·환경단체에서 생태계 훼손 우려 등으로 부교 철거를 요청하며 주민 소송까지 청구했다.

법원은 지난해 7월 부교 철거를 명했으나, 철거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

특히 예산 관련 심의가 주민 의견 수렴과 시의원 간 견해차 등으로 시의회에 표류, 철거 절차가 진척되지 않았다.

이에 시민·환경단체에서는 기자회견과 보도 자료 등을 통해 조속한 부교 철거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시는 내년도 본예산에 부교 철거 비용으로 7억원을 산정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시의회의 예산 삭감 결정으로 부교 철거는 당분간 표류하게 됐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시의회 결정을 규탄했다.

단체 측은 이날 예산 통과를 촉구하며 본회의 중 장내에 들어오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 결정은 시민의 안전과 법원의 판단을 정면으로 거부한 행위"라며 "지방의회가 법원의 판단을 외면한 것은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민 안전 확보 의무를 방기한 것으로 시민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속초시 또한 이 사안에 대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수많은 시민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며 "법원의 판단 이행과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해 끝까지 책임을 묻고 행동하겠다"고 강조했다.

속초 영랑호 부교

ryu@yna.co.kr